■ 홍서연 5살, 8살 두 자녀를 키우는 YMCA아가야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 준비위원

마음이 힘들거나 우울할 때 꺼내 드는 잠언시집이 있다.

십 수년이 넘어서 누렇게 변하고 꼬질꼬질하지만 늘 처음 보듯 새롭고, 책만 펴들어도 마술처럼 마음이 치유되는 나의 보물. 더 닳아서 찢어지기라도 할까 꼭꼭 숨겨놓고 아예 똑같은 책을 구해서 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아이가 이것저것 가방에 넣어온다. 숲 체험 갔다가 주워온 열매, 도토리, 썩은 밤과 낙엽 부스러기, 누군가 버린 사탕봉지, 10원짜리 동전….

아무 생각 없이 버리곤 했는데 어느 날, 아차 싶었다. 내게도 보물이 있듯이 아이의 보물도 지켜줘야 하는데 말이다.

그 보물들 중에서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이 있을 것이고 나처럼 아끼면서 마음을 의지하겠지. 되도록 많이 모아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튼튼한 상자에 담아두었다가 양이 많아지면 영화에서처럼 땅에 묻어줘야지.

먼 훗날 인생의 난관에 부딪혀 몸도 가누기 힘들 때 그 땅에 철푸덕 앉아서 보물찾기하듯 여기저기 땅을 파보면서 기억을 더듬으며 웃고 울고.. 노을의 붉은 빛의 응축된 기운을 받으며 다시 일어나 걷길 바라며….

묻어놓은 썩은 밤과 열매들을 양분으로 나무가 우뚝 솟아올라 있을지도?

아…. 이런 상상들을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이렇게도 가슴 벅차도록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으로 키울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멋진 청년이 될 것이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갈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나는 지금도 보물을 묻고 있다.

아이의 가슴 속에….
행복한 유년의 기억을….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