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원주 부모조합 너른마당어린이집 부모조합원

요즘 부모들이 선호하는 어린이집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아이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어린이집이라 한다. 어린이집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지금 내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과연 엄마들이 의심이 많아 이런 어린이집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보육도 상업적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의 반증인가? 아무튼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없는 지금의 보육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같아 씁쓸했다.

하지만 씁쓸한 마음 한 켠에 안타까움이 더 컸다.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기지 못하고 종일 불안해해야 하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또 부모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을 사이에 둔 부모와 교사를 오가는 아이들은 가장 불행한 존재가 아닐까.

그러면 아이, 부모, 교사, 모두가 자유로운 소통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보육은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현실에서도 가능하다. 그것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란 이름으로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실현되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준비하며 우리는 느리지만 굳건히 실천 중이다.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는 아직 낮잠을 자고 있거나, 혹은 간식을 미처 다 못 먹었다. 그러면 부모는 어린이집 안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선생님과 또 아이의 친구들과 일상을 이야기하고 간식도 함께 먹으며 아이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른 엄마가 오면 인사도 나누고 시간이 여유로운 엄마는 간식 뒷정리를 돕기도 한다. 언제든지 자유롭게 어린이집 주방을 드나든다. 냉장고를 열어 정리를 하기도 한다.

교사들의 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모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선생님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이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역할 놀이를 넘나드는 아이들. 사무실 놀이, 은행놀이, 여러 가지 놀이 중에는 이면지도 필요하고 또 복사할 일도 많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어 친구와 나누고 싶거나 집에 가져가고 싶다면 언제든 문이 열려있는 교사들의 방으로 들어와 프린트를 요구하고 복사를 한다.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자료겠는가. 교사나 부모들은 아이의 작은 놀이도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기꺼이 은행원이 되고, 도우미가 된다.

아빠들의 역할도 다양하다. 시간을 내 어린이집 마당에 그늘막을 쳐주기도 하고, 화단과 텃밭 식물들에게 지지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어린이집이라는 ‘일상’속에서 선생님과 부모들은 항상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이집 어느 곳도 부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없다. 이렇게 어린이집을 자연스레 드나들다 보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레 생긴다. 가꾸고 돌봐야 하는 것은 내 아이만이 아니라 내 아이와 관계 맺은 친구들, 선생님, 또 우리 사는 공동체로 시선이 확장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손 안에서 cctv를 확인하는 부모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 분명 내 아이만을 쫓고 있을 것이다.

진정한 신뢰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안에서만 가능하다. 개방성과 안전성을 과시하기 위함이나 불안함을 자위하려는 훔쳐보기는 바른 소통의 방법이라 할 수 없다. 더구나 아이들이 배워야 할 소통의 방법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