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아 6세 딸을 키우는 YMCA아가야 부모협동조합어린이집 준비위원

채은: 엄마, 나 오늘 벌 봤다.
엄마: 무슨… 말도 안 돼. 이렇게 추운데 무슨 벌이 다녀. 꽃도 없잖아.
채은: 정말이야. 정말 벌 봤어. 그리고 꽃도 있었어.
엄마: 그래, 알았어.

이른 봄, 딸아이를 어린이 집에서 데려오는 차 안에서 나눈 대화이다.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정말 믿지 않았다. 아직 날이 이렇게 쌀쌀한데 무슨 벌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며칠 뒤 토요일, 딸아이는 위층에 사는 7살 언니와 집 앞 보도블럭에서 자전거를 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이렇게 활동적인 아이를 겨우내 춥다고 밖에서 많이 놀게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조금 쌀쌀한 날이었지만 신나게 노는 아이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자전거를 타다 말고 내리더니 보도블럭 사이의 틈새를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 채은아, 뭐해? 자전거 타야지. 언니 저쪽으로 가고 있잖아.
채은: 엄마, 여기 꽃이 있어.
엄마: 에이, 무슨 꽃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도 잘 보이지 않던 꽃, 몸을 낮춰 앉으니 그제야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네 장의 꽃잎을 가진 하얀 꽃이었다. 그 보도블럭은 매일같이 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 보도블럭 사이에 풀이 있는지, 꽃이 폈는지 도통 관심조차 주지 않던 곳에서 꽃을 발견한 딸아이였다.

채은: 엄마, 거봐. 꽃이 있으니까 벌도 날아다니지…
엄마: 정말 그렇구나.
채은: 언니, 여기 꽃 있어. 여기로 지나가면 안 돼.

같이 놀던 7살 언니가 자전거를 타고 그 꽃 주변을 지나가려 하자 딸아이는 다급하게 언니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아인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꽃이 뭐 대수냐’하는 표정으로 그 꽃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 이후, 봄이 무르익어 지천에 피는 꽃들과 풀들,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과 나뭇가지, 하물며 돌까지… 우리 아이는 지나가다 그런 생명을 발견하면 주저앉아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주워온다. 어린이집에서 설봉산으로 또는 다른 곳으로 산책을 가면 먹을 수 없는 작은 풀들도 뜯어서 저녁에 해먹자며 가져오는 우리 딸아이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작은 꽃을 발견하고 한참을 들여다보는 딸아이, 그리고 그 작은 생명이 다치기라도 할까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언니를 말리는 딸아이의 따뜻한 마음에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모른다. 그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딸아이의 감수성을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