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복실 7살, 5살 아들들을 키우는 YMCA아가야 부모협동어린이집 준비위원

엄마: 여보, 집에 있기 너무 아까운 날씨다. 어디라도 나갈까?
둘째 아들: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 큰 소리로) 좋아. 나도 갈 거야.
큰 아들: (피곤한 얼굴로) 토요일은 집에서 쉬어야지.
아빠: 맞아. 쉬어야지. 나가긴 어딜 나가? 집이 최고야.

나와 우리 둘째 아들은 너무 닮았다. 밖에 나가 새로운 걸 보기 좋아하고, 관심분야도 두루두루 넓으며, 비교적 사교적이다. 그리고 늘 웃고 지낼 때가 많고 웬만한 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친정 엄마가 나를 키울 때 얼마나 편하셨을지 짐작이 된다. 나도 우리 둘째를 키우면서는 이렇게 수월하니까.

반면에 우리 둘이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어떤 한 가지를 깊이 있게 하지 못하는 편이다. 또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에 참을성이 좀 부족한 편이다.

우리 남편과 큰 아들도 너무 닮았다. 남편 말로는 낯선 사람과 밥 먹는 게 제일 싫단다. 더 싫은 건 그 사람이 밥 먹다가 느닷없는 질문을 던지는 거란다. 밖에서 비싼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집에서 라면 끊여먹는 것이 맘 편하고 행복하단다. 환경이 바뀌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시어머니 말로는 정말 자식은 자식인데, 늘 대하기 어려운 자식이란다. 나 역시 우리 큰 아들이 대하기 쉽지 않다. 한 마디로 눈치 보이고, 늘 조심스럽다.

반면에 둘은 관심분야가 좁아 깊이 있게 파는 성격이다. 좀처럼 일을 내지 않으며, 신중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해준다.

사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까지 쉽지 않았다. 특히 결혼 초에는 남편의 이런 성격이 참으로 이해되지 않아 속상했던 적도 많고, 큰 소리 내어 다투진 않았지만 사실 ‘저 남자 왜 저래?’ 싶을 때가 많았다. 남편도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달라졌다. 큰아들이 보여주는 행동이 진심으로 이해되지 않을 땐 남편에게 묻는다. “여보, 이때는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 당신은 그 때 마음이 어땠어?” 아들을 이해하려 했던 행동이 결국은 너무 닮은 남편까지도 이해하고, 진정으로 다름을 인정하게 됐다.

남편이 이해되지 않아 속상한 부인들이여, 남편과 꼭 닮은 자식을 낳아 키워보시라. 자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덤으로 남편도 이해하게 될 것이니….
회사에서 지친 얼굴로 돌아와 침대위에서 신나게 뛰고 있는 둘째 아들을 보며

아빠: (늘 기운이 팔팔한 둘째 아들에게) 규원아, 행복해?
규원: (왜 그런 걸 묻지 하는 당연한 표정으로) 행복해.
아빠: (처량하게) 어떻게 하면 너처럼 행복해져?
규원: (침대위에서 신나게 뛰면서) 뛰어.
아빠: 맞다. 맞어. 또 어떻게 하면 행복해?
규원: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먹어.
아빠: (뽀뽀 세례를 퍼 부으며) 네 말이 맞다. 다섯 살한테 배운다. 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