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원주(5세 아들을 키우는 YMCA아가야 부모협동어린이집 준비위원회)

만들기 시간이다. 자유놀이가 다 끝나지 않은 아이도 있다. 한 아이는 자동차 놀이에 심취해 혼잣말을 하며 재밌게 놀고 있다. 어쩌면 방해받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은 만들기 준비를 하며 재료를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묻고 이야기를 나누다 먼저 만들기를 시작한다. 그러면 자동차놀이를 마친 아이는 놀이를 정리하고 느즈막히 만들기 재료가 있는 곳으로 온다. 그리고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한다. 누구도 ‘너는 왜 안 하냐, 빨리 와라, 하던 것을 빨리 정리해라’ 재촉하지 않는다. 그 아이의 놀이 흐름이 다른 아이들과 달랐던 것을 기다려줄 뿐이다.

만들기를 하는 내내 집중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재료를 얼굴이며 손에 묻히고 때로는 옷과 모자에 묻히며 장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어서 해, 빨리해라, 누구는 저 만큼이나 했는데, 아직 이만큼도 못하면 어쩌니’하며 재촉하지도 ‘이제 마무리 하자’라며 아이의 어설픈 작품에 선생님이 관여하지도 않는다. 야문 손끝으로 시간 내에 다 만든 친구가 있는가 하면 늦게 시작해 더딘 동작과 다른 장난에 빠져 노느라 다 못 끝낸 친구도 있다. 다 마치지 못한 친구는 며칠이건 ‘선생님 나 그거 할래요’하면 재료를 준비해 주신다.

그럼 아이는 며칠이고 자신이 만족할 만큼 완성했다 느낄 때까지 만들기를 계속 이어 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만들기 작품이 정해진 한 번의 시간에 끝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어버이날 선물로 아들이 만들어 온 작품을 보고 놀랐다. 지점토 위에 나들이 길에 주운 나뭇잎과 꽃잎 풀잎으로 장식하고 위에 마감재를 덧발라 말리고 아래는 가족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모두 한 번의 만들기 시간에 다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이렇듯 반제품 교재로 뚝딱 완성작품을 얻어내는 일은 없다. 나들이 시간 액자를 꾸밀 자연물을 수집하고, 그걸 잘 말렸다 지점토 위에 예쁘게 붙이고 떨어지지 않게 마감재를 칠하고, 또 다른 시간 가족얼굴을 그린다. 이렇듯 여러 번 손이 가니 아이들의 자부심과 성취감도 크다. 이렇듯 귀한 선물을 받은 엄마의 마음은 더 없이 기쁘다.

어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구조와 속도에 맞추어야만 생계가 가능한 구조에 살고 있고, 우리의 몸과 정신도 그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아가야’에서는 어른들 사회에서나 요구되는 경쟁과 속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의 눈높이와 걸음걸이에 맞춘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존중’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어른이 먼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이고 보폭을 줄이는 것은 ‘배려’이고 ‘관용’이다.

이렇게 기다림과 느림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운 아이는 충동적이며 자제력과 인내심이 부족한 ‘애어른’으로 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또 아이는 아가야에서의 생활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삶의 태도를 배우고 있다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빠른 성취에 목말라 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느린 걸음으로 걸음걸음을 즐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아이는 ‘아가야’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같은 가치를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