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복실 (7세,5세 형제를 키우며, YMCA아가야 부모협동어린이집 준비위원)

아이를 키우는 일 중에서 먹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인지는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갓난아이 모유먹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유식을 해 먹이는 것까지 아무튼 아이에게 잘 먹여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엄마들의 요리 실력이 늘어가는 것 같긴 하다.

좀 더 커서 아이를 기관에 맡기려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도 어쩌면 먹거리 문제일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집에서 다니기 편리한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교육시키는지가 더 중요할 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아토피 피부염을 겪는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동감할 것이다.

우리 집 큰 아이는 백일쯤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을 했다. 다행히 원인이 음식이라는 걸 알았고, 그 이후부터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이 엄마로서 너무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 탓에 좀 고생스럽긴 했지만 해로운 음식의 유혹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지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에 반해 작은 아이는 어려서부터 입에 단 음식만을 좇았다. 밋밋한 음식보다 자극적인 맛에 더 빨리 노출되는 느낌이었다.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금방 피부에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형과는 달리 몸에 자각적인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니 아무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위주로 편식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내가 집에 데리고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직장에 복귀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생각하니 일단 먹는 것이 가장 걱정되었다. 큰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도시락을 싸서 줘야 하는 유치원을 택했지만, 작은 아이는 어떤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정말 고민되었다.

그 때 YMCA 바른 먹거리 동아리인 “초록숟가락”에서 하는 강연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작은 아이를 아가야에 맡기게 되었다. 아가야에서 1년 반 정도 생활하고 있는 지금, 작은 아이의 식습관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나물과 김치를 먹을 때면 온갖 인상을 찌푸리던 아이, 초콜렛을 준다는 사람에겐 앞뒤 가리지 않고 뽀뽀를 해주던 아이, 지금은 김치랑 된장국이 가장 맛있단다.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엄마보다도 더 맛있게 요리해주시는 YMCA아가야의 천사선생님, 아이 스스로 잘 먹을 수 있게 독려해주고 기다려주시는 선생님들,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바른 먹거리 교육,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요리 활동 등이 우리 아이 밥상을 변하게 했다. 오늘 아이는 웃으며 된장 담근 이야기를 한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