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경 (6세,4세 두 딸을 키우며 YMCA아가야 부모협동어린이집 준비모임 회원)

간질간질하고 가끔은 따끔 거리고…. 이상한 느낌으로 아침잠에서 깬다.
발바닥에 누가 낙서를 하는 느낌이 난다. 두 아이가 먼저 잠에서 깨어 나의 발에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피곤하다…’ 더 자기는 틀렸다. 나는 아침 7시면 하루를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습관이 되어버린 커피한잔을 마시고, 아침밥 챙겨 먹이기, 설거지하기, 빨래 돌려서 널기, 청소하기 등~ 기본적인 집안일을 마치면 오전이 후딱 가고 만다. 그러고 나면 또 점심을 챙겨야 한다. 이런 일상이 5개월째. 요즘 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 두 아이 돌보고 있다. 내 아이지만 정말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작년 12월 어느 날의 일이다. 큰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울상이었다. 한두 번은 보내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나의 마음은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원에서의 특별한 사유는 발견을 못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꺼내신 말씀은 아기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 생활한 아이는 간혹 의사표현이 될 나이쯤 되면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을 한꺼번에 표현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큰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와 같이 있고 싶어서라고 한다. 또한 어린이집이 너무 답답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럴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엄마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렇다는 말에 난 정말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 아이를 계속 보내야 하는 것인지, 몇 개월이라도 데리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나의 결정은 쉽게 나지 않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난 육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친절하신 베이비시터, 좋은 어린이집, 순한 아이, 아무 문제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나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때부터 육아 관련 서적, 지인들의 이야기, 큰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시작했다.

고민 끝에 과감히 하던 일을 반 이상 줄이고 작은 아이와 함께 데리고 있어보기로 큰 결심을 했다. 계획대로는 잘 되지 않았지만 오전에는 집안일을 뒤로한 채 아이들과 공원산책, 비가 오면 우산 쓰고 나가기, 새싹 관찰하기 등 바깥놀이를 하고, 오후엔 같이 낮잠, 요리, 그리기, 만들기 등을 하며 보내고 있다. 가끔은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몸살이 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고 특히, 큰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비록 내 몸이 고되고 힘들지만, 그런 여유로움 속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피곤을 잊기도 하고, 나의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한다.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건데?”, “학습지도 안 하고, 마냥 놀기만 한다고?”

그러면 또래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 한다, 큰아이의 사교성,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둥 말들도 많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런 말들을 들을 때 마다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또 마냥 신나하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들은 뒤로하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면 엄마와 또 언제 이런 신나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짜증나고 힘든 일들도 있다. 엄마가 그런 모습으로 아이를 대하면 차라리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났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육아에 대한 부모의 생각과 가치관은 모두 다르다. 나는 취학 전까지는 학습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싶지 않을 뿐이다. 어떤 교육이, 어떤 육아가 옳고 그른 것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유아기 때는 온전히 부모가 주는 대로 받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과 육아관이 너무나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새삼 어깨가 무거워진다.

며칠 전 K학습지에서 큰 아이 인,적성 검사를 했다. 인성, 적성, 경험, 지식, 애착 등 전반적으로 결과가 나오고 그것을 통해 상담을 한단다. 검사를 마친 이후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제 막 4돌을 넘긴 아이를 평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어른들도 가만히 앉아 객관식으로 된 수십 개의 문제를 푼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 결과지를 가지고 아이를 논한다는 것이 난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고, 부족한 부분을 상업적으로 하는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알려주지 말고, 평가하지도 말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나를 이해 못 하겠다는 답변이었다. 그래도 난 면담을 취소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참으로 많은 정보와 참으로 많은 사교육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거기에 주도권을 ‘나와 아이’로 하고 꿋꿋하게 나아가기란 쉬운 문제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너무 외골수로 귀를 닫아버리는 것 또한 안 될 것도 같다. 객관적인 시선은 필요하겠다 싶었다.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때쯤 우연한 계기로 “부모협동어린이집”을 알게 되어 설명회에 참석했다.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불편함과 문자교육을 억지로 학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그 곳. 지금 당장도 아닌 8월에 개원할 예정이라는 그 곳. 출자금도 내야하고 함께 어린이집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그 곳. 어린이집 문 앞에서 인사만 하고 하루를 그냥 맡기지 않고 부모가 참여할 수 있다는 그 곳.

나는 고민 끝에 그 곳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육아에 대한 생각, 교육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뜻이 맞는 것 같아 주변인들의 여러 말들을 뒤로 한 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그곳이 바로 “부모협동어린이집을 준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이천YMCA아가야”이다.

어느 곳을 선택하든, 어느 것을 선택하든 내 아이와 다른 아이와의 다름을 인정하고, 혹시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게 조금은 다르게 가고, 느리게 가더라도 기다려주며 함께 가주는 것이 부모 아니겠는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흔들림 없이 함께 가주고 싶다.

가 하고 싶은 일들을 육아 때문에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미루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조금씩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