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경 (4세 딸을 키우며 YMCA아가야 부모협동어린이집 준비모임 회원과 교사)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난 내가 좋아했던 영화, 연극, 콘서트 등의 문화생활과 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며 세상에 대한 고민을 꽤나 했던 것 같다.

그럴 때 나온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 알쏭달쏭 묘한 세상사에 고민하던 나를 박수치게 한 노래였다. 리듬이 빠르고 노래하는 가수의 춤과 표정이 웃음을 준다지만 난 그 노래가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친구와 이 노래를 함께 들을 때 친구는 재밌는 노래라고 얘기하는데, 난 슬픈 노래라고 했더니 ‘너가 못나게 살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냥 귀에 편하게 들으면 되지 무얼 그렇게 깊이 생각하냐며….

그렇지만 난 그런 세상에 속해 점점 무뎌져가고, 그러면서 난 결혼도 하고 지금은 4살 아이의 엄마가 됐다.

지금도 한 번씩 생각하게 되는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세상. 지금보다 강력한 초 울트라 요지경 세상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여전히 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한다고 그런 세상이 오는 걸 내가 막을 수는 없는 법! 그러면 난 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결혼 6년 만에 만나게 된 아이. 그 아이를 만나기 전 나 스스로에게 정한 약속! 몇 가지다.

첫째! 우선 내 삶의 최고 과제이기도 한 ‘자기 자신 잘 다스리기’ 내가 나 스스로를 다스리기도 왜 이렇게 힘든지… 마음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자 한다.

둘째! 마음 편한 아이로 키우자!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나와 다른 행동과 생각에 뒷담화도 하고, 실망도 하게 된다. 하물며 내 뱃속에서 자란 아이가 나의 생각과 다르게 성장할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람이 나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이의 행동과 감정을 인정해주고, 아이가 그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셋째! 세상이란 같이 의논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사는 곳 이란 걸 알게 해주자! 난 내 마음대로 할 테니 넌 니 마음대로 해! 라는 마음이라면 더불어 함께하는 행복을 결코 맛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요즘 아이들 ‘우리’를 알기 전에 숫자 1,2,3을 먼저 익혀야 하고, 아이들 안의 욕구를 발산하기도 전에 영어 알파벳으로 그 욕구를 눌러야 하고, 나를 둘러싼 자연을 알기 전에 일회용, 플라스틱 세상을 먼저 만나는 아이들 세상도 요지경이다.

내 아이는 길가에 핀 작은 꽃과도 대화를 나누고, 제멋대로 변해가는 구름을 보면서 이야기도 만들어가고, 우는 아이가 있으면 다가가 안아주고, 자기의 고집을 부리기에 앞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걱정해주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나의 이런 유아교육 줏대가 꺾이지 않고 점점 더 커져가길 소망해본다.

난 지금 아이의 그늘 없는 웃음으로! 아이의 엉뚱한 생각이 내 뒤통수를 칠 때! 아이의 순수함이 나를 감동시킬 때! 행복하다. 그 행복을 가져다준 아이에게 나 또한 행복을 안겨주고 싶다.

아이를 만나기전 나 스스로에게 정한 약속! 부족한 것이 더 많지만 엄마라는 이름이 세상에 자랑스러워지기까지 끝임 없는 노력에 노력을 더하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 스스로에게 얘기해본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