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서연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 준비모임 회원)

걸음마도 못하는 영아가 원장이 먹던 라면국물에 화상을 입고, 폭염의 어느 여름날 어린이집 차량에 갇힌 채 피를 토하고 죽고.. 말을 듣지 않는다 하여 칠흑 같은 어둠의 교실에 갇혀 엄마를 부르며 몸무림 치다 심장쇼크에 숨을 거둬..

그 곱디고운 살결은 만질 수도.. 비눗방울 같이 경쾌하게 터지던 웃음도 이젠 한 줌의 흙으로만 만날 수 있다.

부모 몰래 구타당하고 썩은 음식을 먹였다는 뉴스는 이젠 심심할 지경이다.

지금 내 앞에서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놀아달라고 발을 통통거리고 있는 내 아들을 보며 눈물이 나고 두렵다. 열 달을 내 뱃속에서 손발을 뽈록거리며 장난치고 내 젖과 사랑으로 이만큼 큰 이 대견하고 비할 바 없는 이 아이가 그런 무서운 일을 겪는다면….

내 소원은 무엇인가? 나는 왜 아이를 낳았는가? 무엇을 위해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헌신’을 아이에게 하고 있는가? 그 공통의 답은 ‘행복’이다.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따뜻하고 영양가 풍부한 밥을 먹고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선생님의 품에서 재롱을 떨며 사랑 받길 바란다. 사랑은 기본이며 근원이고 어린 생명에겐 ‘모든 것’이다. 물질적 생계를 위해 가족 모두가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 어두운 사회적 현실들에서 보육시설은 부모들에게 가장 간절한 신당(神堂)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 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없는 동안 그저 안전하고 편안하게 배불리 따뜻하게 보살펴주소서. 하루 종일 미어지는 이 마음을 보듬어주소서….”

아직도 겁에 질린 얼굴로 어린이집 차에서 내리던 아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음식을 입에 물고 있기에 꺼내려다 깨물렸다며 밴드 붙인 손가락을 내밀던 원장의 당당한 얼굴도.

겨우 3살인 아이에게 낙지를 먹인 원장의 잘못이 분명했는데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자칫 원장의 심기를 더 건드렸다간 아이가 구박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부모는 한없이 웅크려야만 하는 어이없는 현실.

얼마나 혼난 걸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혹시 맞지는 않았을까? 이 외에도 내가 모르는 어떤 사건이 있었을지도….

알 수가 없다. 잊은 건지 기억하기 싫은 것인지 말을 하지 않으니. 말도 잘 못하던 때였으니….

“아가야! 네가 커서 이 글을 보고 엄마를 원망할지도 모르고 그 기억을 더듬을까 두렵기도 하다. 한없이 미안하고 무너지는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하지만 그 일이 있었기에 엄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았단다.

그리고 네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그것, ‘행복’을 주고자 작은 집을 만들었지. 혼나지 않는 곳, 무섭지 않은 곳, 사랑이 가득한 진솔한 곳, 따뜻하고 편안한 곳. 집으로 돌아가는 어둑어둑한 길이 별빛 융단 위를 걷듯 감사하고 행복한 곳. 그 가치를 아는 엄마아빠들이 모여 직접 건설한 행복한 우리들의 어린이집.

그 곳에는 나쁜 어른 따윈 없단다. 그 곳은 모두가 엄마아빠였지.

기억나니? 그 곳에서 느꼈던 충만함이! 꿈속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까르르 웃으며 내달리던 그 때의 네게서 체화되어 옹골찬 다리를 가진 총기 있는 소년이 된 지금의 모습이! 이렇게 네 미래의 모습을 확신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