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복실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 준비모임 회원)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온통 내 아이만 보였던 나. 그래서 어떤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내 아이에게 제공해 줄 것인가에만 온통 관심을 가졌던 나!
정말 잘 키워보자 결심하고 냈던 3년간의 육아휴직, 우리 아이 둘과 감옥살이를 한 것만 같이 힘들기만 했던 나!
아파트의 엄마들과 잘 지내려 했지만 만나면 시댁 흉보기, 남편흉보기, ‘아이에게 이런 것을 시켜야 한다’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비적인 만남에 질려 혼자 고민했던 나!
2012년 2월 현재, 교육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준비하며 교사로서의 내 직업관, 부모로서의 내 육아관을 재점검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하는 나!

얼마 전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된 공부 못하는 나라(독일)와 핀란드 교육을 다시 보며, 두 나라 교육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것은 바로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합의된 교육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부모의 대부분은 너무 많은 가치 속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끊임없이 흔들리며, 과연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인디언 속담에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내 아이 하나만 잘 키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지역 어디에선가 골방에 틀어박혀 폭력과 선정적인 게임에만 중독되어 괴물로 커가고 있는 아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내 아이만 언제까지 좋지 않은 교육환경과 단절시켜가며 키울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학교 폭력의 문제가 내 아이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는가?

우리와 같은 교육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도 도쿄대학의 사토마나부 교수를 중심으로 ‘배움의 공동체’ 운동의 실천을 통해 교육개혁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고, 한 명의 교사도 남김없이 교육의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대다수의 학부모나 시민이 학교개혁에 협력하는, 신뢰를 되찾는 학교를 실현함으로써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가 아동과 사회의 미래를 열어 준다는 것이다.

초·중등 교육현장은 물론 유아교육의 현장도 이제 ‘배움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내 아이만이 아닌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우리 지역사회의 교육풍토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는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012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2011년 12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5인 이상이 모이면, 육아 돌봄서비스, 자활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이천YMCA아가야의 교육철학과 내용이 너무 좋아 모인 사람들끼리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을 개원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생명평화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끼리 협동조합을 결성해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어린이집을 만들려는 것이다. 내 아이 하나에만 쏟아 부었던 열정을 지역사회의 교육풍토를 개선하여 내 아이가 살아갈 교육환경을 정화시키는 일에 함께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어린이집이 있다면 그것이 한낮 꿈으로만 남지 않게 내가 참여해 만들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