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원주 (5세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YMCA아가야 회원)

생명의 태어남은 그 자체로 축복받아 마땅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저의 뱃속에서 저의 자양분을 먹고 함께 호흡하며, 저를 울고 웃게 했던 생명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렇게 태어난 생명에 대해 이름 한 자라도 정성을 들이기 마련입니다. 돌림자 외에 허락된 한 자에 아이에게 바라는 삶의 지향을 모두 담아내려 남편과 난 꽤 여러 날을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詩라는 이름자를 결정했습니다.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입니다.

시인은 획일화된 가치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뭇 생명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사랑이 시인의 눈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우리가 현실의 굴레에 갇혀 보지 못하는 숨겨진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인의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이 같은 바람과는 달리 도시에서의 출산과 육아는 이미 또 다른 형태의 상업화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자연의 따스한 볕과 봄바람의 간지럼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름 모를 풀꽃과 지렁이, 달팽이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돌잔치를 끝낸 늦은 봄, 시골로 내려온 우리의 삶은 무료하리만큼 사색적이고, 분주하리만큼 새로웠습니다. 매일 같이 시골길을 걸었고, 그 길에서 아이는 그렇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더디듯 부지런히 자랐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가족의 품을 벗어나 조금씩 다른 관계들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교육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부모로서 보육시설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생각한 좋은 보육기관의 기준은 ‘잘 먹고 신나게 노는 어린이집’ 그것뿐이었습니다. ‘교육적인 교구’와 ‘잘 짜인 교육프로그램’을 앞세우는 어린이집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잘 먹고 신나게 노는 어린이집’이라는 쉬워 보이는 두 가지가 어쩌면 가장 힘든 보육임을 금세 깨달았습니다. 결국 어린이집 찾는 것을 포기하고 시선을 돌려 찾은 곳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YMCA 아가야’입니다.

‘YMCA아가야’의 모든 교육초점은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이윤추구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며 보육의 공공성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성향과 가능성을 존중하고 작은 것도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기다려줌으로써 주체성과 적극성, 책임감을 길러주었습니다.

또 일상적인 나들이와 신나는 놀이로 아이들을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게 도와주었습니다. 먹거리 또한 소비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이기적인 유기농 먹거리가 아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일깨우는 생명살림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너머’의 사전적 의미는 ‘먼 곳의 저 쪽’입니다. 아가야에서 알게 된 선생님들과 몇몇의 부모님들이 모여 ‘공동육아 조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공과 경쟁으로 점철된 현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들 교육의 ‘너머’를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자 합니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