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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아 (5세 딸아이를 키우는 YMCA아가야 회원) | ||
아이는 자라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공부를 곧잘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도 대신해 줬습니다. 아이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버스를 타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항상 어머니가 태워주시는 편한 자가용을 타고 다녔으니까요. ‘다른 것은 부모가 할 테니, 너는 공부에만 신경 쓰거라’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이런 배려(?)에 감사해 하기보다는 뭔가 답답하고 따분하며 자신을 무기력하게 여겼습니다.
아이는 성인이 됐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혼자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누군가가 알아봐 줘야 했습니다. 어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실패의 원인을 그 일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누군가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또한 어떤 일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을 즐길 줄 몰랐습니다. 어떤 일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과정을 경험하지 않고 다된 밥에 숟가락만 얹으면 됐기에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이며, 자기주도적이지 못하고, 책임감이 부족하며, 노력하는 과정의 즐거움과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는 바로 저였습니다. 저는 성인이 되어서도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이었고, 어머니는 헬리콥터 부모였습니다. 과정을 경험하지 않고, 깔끔하고 완성된 결과만 받아온 저는 성인이 됐지만 완벽한 성인이 아니었습니다. 과정을 경험하지 않은 폐해가 이렇게 크기에 제 아이는 과정을 경험하며 자기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습니다.
5살인 제 딸도 엄마를 닮았는지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귀여운 아이랍니다. “엄마, 제가 음식 만들어 볼래요.”, “엄마, 제가 설거지 해볼래요.”, “엄마, 제가 쌀 담아 볼께요.”, “엄마, 제가 청소기 밀어볼래요.”, “엄마, 제가 빨래 널어 볼께요.” 등… 이런 딸아이에게 항상 “그래, 네가 해보렴”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직장에 다니는 저로서는 빨리 해놓고 쉬고 싶은 마음에 아이의 호기심과 의욕에 거절의 말을 내뱉고 있는 저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 얼마나 힘에 부치는 일인지 아이를 키운 지 3년 만에 뼈에 사무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제 딸아이가 다니는 사회적 기업 ‘이천YMCA아가야’에서 김장을 한다고 했습니다. ‘절인 배추에 버무려 놓은 김장 속 넣는 일정도 경험하겠구나’라고 편협하게 생각한 저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마늘을 까고, 갓을 다듬고, 파를 다듬다가 매워서 입에 파를 하나씩 물고 있는 모습에 말입니다. 과정을 경험하며 자기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던 저인데 여기까지는 생각 못했답니다. 아이들은 마늘을 까면서 파를 다듬으면서, 우리가 먹는 김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는지 느끼고 배우겠지요. 이런 과정을 느끼지 못한 채 완성된 김치를 밥상에 앉아 먹기만 한다면 무엇을 얼마나 배울 수 있을까요? 이날 김장을 집으로 가져온 제 딸아이는 다른 날보다 김치를 어찌나 잘 먹던지요. 그걸 보고 있는 저는 얼마나 행복 하던지요. 지금 이 시간에도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 글자 한자, 영어 단어 하나 더 배우고 있을 우리의 아이들도 이러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을,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과 참된 교육을 위해 꿈꿔 봅니다.
이천저널 icjn@paran.com
이천교육지원청 위(Wee)센터, 학생상담 자원봉사자 위촉식 및 월례회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