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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이천저널l승인201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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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서연 (6세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YMCA아가야 회원)
엄마는 한번쯤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하는 설렘을 가져본다 한다. 또래 아이들과의 불가피한 비교를 하게 되면서 가져봤던 불안감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희망이기도 하다.

내 아이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순하다’는 부러움을 들었다. 배고플 때와 졸릴 때, 아플 때 빼곤 늘 조용했다. 서랍을 뒤지지도 않고 어지르지도 않고 잘 넘어지지도 않았으며, 어딘가 부딪혀도 전혀 울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꼬집히고 다쳐서 와도 선생님들이 모르고 있기 일쑤였다. 발달상태도 육아책자에 나온 설명보다 조금 느린 듯 했다. 혹시 ADHD나 자폐증이 아닐까 싶으니 어디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충격적인 망언도 들었다.

아이가 두 돌쯤 됐던 어느 날, 낮잠을 재우다가 같이 잠이 들었는데 먼저 일어난 아이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나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더 크면 꺼내주려던 80조각짜리 퍼즐을 거의 다 맞춘 상태였다. 어린 것이 힘이 드니 성질을 내면서도 마지막 조각까지 완성했다. 뛸 듯이 기쁘고 행복했다. 그래!!~내 아이는 영재였구나!!

퍼즐종류가 늘어갔다. 로봇 퍼즐, 과일 퍼즐, 공룡 퍼즐, 자동차 퍼즐.. 그렇게 내 희망은 욕심으로 변질됐다. 아이가 머뭇거리거나 지루해 할라치면 언성이 높아졌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네게 이건 식은 죽 먹기잖아?

그러다 문득 본 나의 귀하고 소중한 아이는… 온몸에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고 겁먹은 눈에선 눈물이 그렁거리고 있었다. 아이는 그 뒤로 퍼즐을 멀리했다. 평생을 한 번도 보지 못할 오로라 섬광 같은 내 아이의 귀중한 가능성을 어미인 내가 말살시킨 것이다.

그 오로라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나의 일방적인 교육을 버렸다. 산비탈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비 오는 날은 우산을 쓰고 물웅덩이 첨벙대며 산책을 하고 직접 요리도 한다. 밥을 늦게 먹어도, 낮잠을 자지 않아도 아무도 혼내지 않는다.

영어단어 대신 고운 말 동요를 부르고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잔디밭에 앉아 YMCA아가야 선생님들과 꽃목걸이를 만든다. 엄마 손잡고 흥얼거리며 집에 오는 길에서 갸웃거리는 강아지풀과 민들레를 데려와 보물 상자에 넣는다.

조잘거리며 하루를 이야기하는 말갛게 빛나는 눈..오물오물 입술..만족감이 톡톡 터지는 발그레한 뺨.. 아마도 곧 포실한 날개를 펴고 새카만 하늘로 날아올라가 발광(發光)할 것이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자..그 맑고 깊은 저 너머에 있는 오로라..

“제 아이는 전혀 ADHA나 자폐가 아니었습니다. 진중하고 인내심이 뛰어난 좋은 성정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아이의 행복한 웃음만을 믿으세요~! 행복한 뇌는 행복한 인생을 만듭니다.”


이천저널  icj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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