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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맘의 육아일기

이천저널l승인201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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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복실 (6세, 4세 형제를 키우고 있는 YMCA아가야 회원)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

택배기사님의 초인종 벨소리가 반가웠던 적 있으세요?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며 완전히 혼자라는 생각에 손에 들고 있는 게 냄새가 나건 말건 너무 편하고 좋았던 적 있으세요? 남편의 서운한 말 한마디에 속이 터질 듯 답답해서 그냥 밖에 나왔는데, 막상 갈 곳이 없어 ‘차 키라도 가지고 나올 걸...’하고 후회했던 적은 없으세요?

잠깐이라도 내가 안보이면 ‘엄마, 엄마’하고 소리 지르며 나를 찾고 다니는 아이, 상가 앞 마트며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까지도 절대 혼자는 못 가게 하던 아이, 다른 사람들의 집이나 승용차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던 아이... 나의 큰 아이...

나는 큰 아이 24개월 때 둘째를 가져 만삭이었고, 3년 가까이 해온 주말부부를 끝내기 위해 전라북도 전주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직장에서 내신 전보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둘째를 낳으면 친정에서 몸조리를 한 후 큰 애를 다시 데려갈 생각으로 큰 아이를 늘 봐오시던 친정엄마에게 두 달가량 맡기게 되었다. 이 얼마나 어른 위주로 편하게만 생각했던가?

정확히 그때부터 큰 아이는 엄마와의 애착에 불안감을 느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태어났으니 위에서 말한 아이의 문제행동이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난 이런 아이를 보며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음을 알고 과감히 육아휴직을 내고 그 시간 이후로 3년여의 시간을 아이와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너무 힘드니 이제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지 않느냐?”, “처음에는 다 우는데, 한 일주일 지나면 잘 적응하고 다닌 다더라”, “엄마가 이러니까 아이가 더 사회성이 없는 거다.” 주변에서 쉽게 내뱉는 말들에 때론 상처받고, 때론 흔들리기도 했지만, 아이 마음의 상처가 다 치유될 때까지 기다려 주리라 생각했다.

큰 아이가 어느 날 사회적 기업인 ‘이천YMCA아가야’에서 놀다 온 후 “엄마, 나 10월 4일부터는 유치원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그 날 이후로 정말 거짓말 같이 큰 아이는 너무나 즐겁게 잘 다녔다. 심지어 거기 계시는 선생님이 “애는 참 사회성이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씀까지도 하셨다. 그 날 집에 와서 무거운 짐 하나 내려놓은 것 같은 행복함에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며칠 전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을 읽었다. 36개월까지는 아이중심으로, 36개월 이후부터는 부부중심으로 살면 아이는 아무 문제없이 잘 자란다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또, 초등학교 때까지는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사춘기 때부터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스스로 할 수 있게 놔두라고 말씀하신다.

다 품어주고 받아줘야 할 때, 과감하게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를 아는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육아에 있어서 시행착오는 줄여야하고 가능한 없어야 한다. 내 아이가 상처받고, 그 상처받은 아이로 인해 부모 또한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사람과 함께 얘기 나누고, 공부해가며 아이를 키우고 나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 YMCA의 생명평화 교육철학에 동의하고 나와 같은 심정의 부모들과 ‘함께 키우는 우리 아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 그래서, 난 서른 아홉이 아니라, 이제 겨우 여섯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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