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이은지 한국도예고등학교 2학년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하여 경기도 여성비전센터에서 다문화가정 말하기대회가 열렸다. 경기도청이 주관하는 행사로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한국어를 또는 엄마나라 언어로 말하기 경연을 벌였다. 이 행사에내가 봉사하고 있는 한국도예고등학교 봉사동아리 ‘흙사랑’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자원봉사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심심치 않게 다문화사회,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을 듣곤 하지만 그 사람들을 직접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나로서는 다문화라는 단어가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경험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맡은 부분은 말하기대회 행사가 시작되기 전 방문객들에게 도자기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준비해간 초벌구이 컵을 진열하고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을 맞이할 때, 참가자를 응원하러 온 가족과 친구들의 언어가 심상치 않다. 중국어도 들리고, 일본어도 들리고, 저건 러시아인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풍경을 보니, 왜 행사 캐치프레이즈가 ‘무지개 빛 언어에 날개를 달자’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말하기대회에서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몽골 등에서 온 결혼이민여성들이 아직은 내 귀에 낯선 한국어로 처음 남편만을 믿고 한국에 와서 겪었던 힘들었던 일과, 시댁과의 갈등, 문화차이와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간 화목한 가정과 가족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우리 엄마도 아빠를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빠와 시댁 식구들과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겠구나했다. 하물며 저분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친구도 없는 나라에 와서 더욱더 힘들었겠다 싶었다.

다문화가정 친구들은 한국어와 엄마나라 언어로 유창하게 자신의 꿈에 대해서 다문화가정만이 경험할 수 있는 어려움과 또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생에 대한 사랑을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귀여운 초등학생 여자아이, 헝가리어를 유창하게 하는 예쁘장한 혼혈 소녀, 일본인 엄마를 둔 장래 축구 유망주. 다문화가정 친구들은 한국인이면서도 엄마나라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

가끔 다문화가정자녀들이 친구들로부터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친구였던 러시아 혼혈 친구가 떠올랐다. 초등학교까지 러시아에서 자라고 부모님을 따라 아빠 나라인 한국에 와서 학업과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그 친구의 고민이 새삼 떠올라 그때 더 따뜻하게 대해 주지 못했던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오히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언어나 문화이해력에 있어 장점이 많은 친구들로 보였다. 물론 어려움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가정생활에서 또는 학교생활에서 겪었을 문화충돌은 어쩌면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하기대회에 나온 용기 있는 다문화가정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을 용기 있고 멋진 친구들을 위해 나눠 줄 수 있고 한국 전통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게 되어 도자기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으며 봉사하는 기쁨과 함께 다문화를 이해하는 멋진 기회가 되었다.

역사에서 볼 때, 흥한 국가는 다른 민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졌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그런 지혜가 아닐까. 서로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는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좀 더 양보하여야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함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