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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춘호 관고동장 | ||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가 뭘 손해봐야하고 뭘 떠넘긴다는 걸까? 소위 메이저급 보수언론들이 명확한 근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통계치를 제시하며 연일 국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당신들이 얼마나 악착같이, 피눈물 흘리며 연금을 적립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대로 가다간 향후 수십조, 수백조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데 어떻게 할것인가? 결국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그런데도 당신들의 밥그릇만 지키겠다고 고집부려야 되겠는가? 노후를 위한 저축이라 생각하고 꼬박꼬박 불입한 죄 밖에 없는 데 마치 자신들의 몫을 위해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파렴치한 이익집단처럼 몰고 가고 있다.
그 출발 배경과 성격,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이뤄진 방만한 운영, 본인과 사업주의 부담률, 그동안 민간부문과 보수차이 등 양자를 이해시키는 심층적인 분석은 간과한 체 향후 발생할 천문학적인 적자금액,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한다는 적자보전방식만을 부각시켜 국민과 공무원을 대립시키고 있다. 참 분통 터질 일이다. 도대체 이런 적자금액이 어떤 근거로 산출되었는 지 모르겠다.
이처럼 일방적인 매도를 당하는 데도 그 운용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그 흔한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않고 눈치를 보고 있다. 평상시 정부나 국민들로부터 강성집단으로 매도당했던 공무원노조만이 우리의 정당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일한 노후보장수단으로 생각하며 척박한 시대를 참고 살아왔던 선배공무원들에게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고 앞으로 신규공무원들에게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받게 하겠다니 참 맥 빠지고 허탈한 논쟁이 아닐 수 없다. 소통을 강조하는 정부가 너무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번 연금논쟁과 관련한 부당성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이번 연금삭감안은 공직사회가 준수해야할 신뢰보호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사주로서 국가가 한 일정한 약속에 대해 공무원은 절대적인 신뢰를 가질 수 밖에 없고 특히나 월급이나 연금과 같은 금전적인 확약에 대해서는 불가변력 수준의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다. 현직 때는 궁핍하게 살지라도 노후에는 안정적으로 살게 해주겠다는 연금정신은 對공무원에 대한 불변의 가치이자 불가역성을 가진 공약이었다.
둘째, 공무원을 배제한 채 만들어낸 연금개정안은 당사자주의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다. 어떤 사안이 대립할 때 그 논쟁의 중심에는 반드시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여 공격과 방어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야함에도 가장 중심적 지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제하고 한국연금학회라는 생경한 단체(이런 단체가 있기는 있었던가?)가 일방적인 안을 만들어 발표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방식은 공무원과 국민의 분란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학회안만 발표할 게 아니라 공무원안도 똑같이 비교 발표해야한다.
셋째, 이미 확정된 연금도 손댄다는 데 이런 소급입법이 가능한 것인가?
우리 헌법은 소급입법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 당위성과 필요성이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제정전의 사실에 소급하여 적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 일부 학자들이 마치 법률문외한식 발언을 일삼으로써 삭감안에 대한 세뇌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마치 평등권과 비례원칙을 실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부당한 불평등권이자 비례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제도의 시작, 성격과 목적, 부담률, 가입기간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두 연금을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너무 반복해서 듣다보니 마치 두 연금이 똑같아져야할 같은 착시효과마저 생겼다. 두 연금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하는 것, 이것이 곧 정의의 룰이자 평등권에 대한 법언이다.
이 글이 자칫 공무원집단에 내제된 자기방어적 행태에 기인한다거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변명의 글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특별권력관계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제대로 된 반론권이나 방어수단이 제한받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일방 통행식 논의와 언론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변호권으로 봐주기 바란다. 적자논리만을 내세워 공무원을 겁박할 게 아니라 사용자로서 국가가 최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와 핵심당사자인 공무원과 머리를 맞대고 적자 보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하자. 연금문제로 때 아닌 강풍이 불고 있는 공무원사회!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다만 바람이 멈추지 않을 뿐이다.
(樹欲靜而風不止)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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