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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鳴梁) 바다를 바라보며

이천저널l승인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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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조류가 강물처럼 흐르며 물살이 엄청 빠르고 거세다. 유속이 시속 30㎞를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빠르게 흐르던 물이 암초에 부딪혀 곳곳에서 소용돌이를 만든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의 화원반도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에 있는 명량해협(鳴梁海峽)을 찾았다. 진도대교가 가로놓여있는 이곳이 1597년 9월16일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 함대에 맞서 통쾌하게 승리를 거둔 바로 그 바다, 물이 돌면서 운다는 ‘울돌목’이다.

정유재란이 시작된 1597년 정적의 모함으로 이순신이 물러난 후 원균이 이끈 200여척의 조선 함대는 그해 7월 거제의 칠천량 해전에서 궤멸했다.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에게 남은 것은 판옥선 12척뿐. 선조가 전력이 약한 수군을 폐지하고 육군에 귀속시키려 하자 이순신은 장계를 올려 비장한 각오를 밝혔으니 잘 알려진 대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尙有十二隻 상유십이척)"라는 말이다.

해남의 전라우수영기념공원에서 울돌목을 바라보며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상상해보았다. 이순신 함대는 일자진(一字陣)을 치고 민관이 하나 되어 생즉사사즉생(生卽死死卽生)의 정신으로 수십 배나 많은 왜선함대와 맞섰다. 거센 물살에 놀라 허둥대는 왜선들을 향해 조선 판옥선에선 대포가 불을 뿜었고 왜선 31척 격침, 92척 대파, 왜군 약 1만2000여명 사상의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 아군은 단 한 척의 피해도 입지 않았던 완전무결한 승리, 이 기적 같은 승리를 통해 조선은 일본에 빼앗긴 해상권을 되찾고, 일본의 한양 함락과 조선 정복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전 세계 역사상 손에 꼽히는 드라마틱한 전투이자, 조선의 역사를 바꾼 가장 위대한 해전으로 전사에 기록된 ‘명량대첩’을 영화화한 ‘명량’이 연일 세간의 화제다. 한국 영화사상 최다 관객 수를 수립했다고 하는 영화가 관객을 많이 끌어 모은 요인은 우리의 민심을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역사 속에서 오늘을 배우려는 우리 시대의 절박함이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누구누구가 잘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맘에 든다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임진왜란 당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떨치고 나아가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감동을 받았고 그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나라를 평화롭게 해주고 우리를 힘들지 않게 해달라는 희망사항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명량대첩을 통해 현시대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감동을 선사하고 그 감동으로 위안을 받고자 함이 아닌가 싶다. 명량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맹골수도가 있다. 지난 봄, 온 나라와 국민을 비통함에 잠기게 했던 비극의 상흔이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고 있으며 군의 잇따른 사건사고와 지도층의 통솔력 부재로 우리사회에 위기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이 영화를 통해 충무공의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들이 느꼈던 참담함을 심리적으로 나마 치유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 ‘명량’은 질 수밖에 없는 전력으로 막강한 일본수군을 섬멸하는데 앞장섰던 이순신 장군과 조선수군의 희생정신 그리고 충성심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었던가를 잊고 있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특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백성과 나라를 살려낸 이순신 장군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을 떠올리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정치적 실망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삶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두려움에 지친 나머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줄 진정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며 전라우수영기념공원 앞 울돌목의 굽이치는 물결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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