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의 딸이 “자기 자식도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천만 서울시의 교육계 수장이 될 수 있느냐”면서 아버지의 부도덕 한 행실을 폭로해 자기 아버지를 낙마시킨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옛 성현의 가르침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가정이 화목해야 바깥일도 잘 풀린다, 가정이 세상의 출발점이자 중심이라는 선인들의 교훈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잘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자 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 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부귀영화를 누려온 명문가의 딸이고 온갖 명예를 누려온 아버지였기에 가족 간의 화목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를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이 말은 동서고금은 물론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마음에 새겨두고 실천덕목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수신(修身)의 중요성이야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갈 도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좋은 직업, 직장을 구하는데도 수신이 필요하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을 받고 타인을 존중하기 위해서도 수신은 필수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아무리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라지만 수신은 보편적 사회원리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지 못한 자에게 주어진 분에 넘치는 관직은 자신은 물론 나라에도 큰 폐해를 끼칠 뿐이다.

제가(齊家) 역시 중요한 실천덕목중 하나다. '가정이 편안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라는 말에서 보듯 집안과 주변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것은 한 개인의 영욕과 궤를 같이 한다. 개인도 그럴진대 사회지도층의 제가는 어쩌면 수신 못지않은 가치를 갖는다. 제가를 잘못해 뭇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명예와 권력까지 잃은 사례는 가까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때 우리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양김(兩金)씨는 대통령이란 최고 권력에 이르렀지만 아들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줬으며 종국에는 아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했고 한때 검찰총수를 지낸 어떤 이는 부인이 고가의 옷 로비 사건에 휘말려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결국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었다. 단적인 사례지만 수신과 제가의 연관성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이는 지식의 문제가 아닌 염치의 문제다. 수신제가에 관한 지식은 있지만 염치가 없기 때문에 공직에 있을 때의 영향력을 전관예우 등을 통해 쉽게 사적 이익으로 바꾼다. 그리고는 또 다시 공직을 넘본다. 잘못된 풍조가 만연해 있어 큰 잘못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듯 하고 한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풍조도 만연하다. 체면보다는 권력이 우선이며 나라에 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다시 공직을 탐한다는 의심이 든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금을 막론하고 고위 공직자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에겐 도덕성이 강하게 요구되어왔다. 그들이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수신제가 역시 일반인들보다 엄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