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상환 이천저널 회장

죽어야 할 때 죽기가 그렇게도 어렵다는 말이다. 또 기억을 더듬어 보니 50여년 전에 영화였던 것으로 국제극장에서 초연이 됐던 영화다. 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사랑 할 때와 죽을 때). 전쟁영화로서 애틋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전쟁 중에 죽게 되어서 영 이별을 하게 되는 멜로드라마이다.

내용은 기억이 안되나 제목이 특이해서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때를 가르는 명문구로 기억이 된다. 張三李四 대부분은 앓다 죽거나, 사고로 죽거나, 범상하게 일생을 처리하겠으나 시대의 명운을 득하고 한 시대를 획하는 결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죽어야 할 때를 가리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5.16혁명의 주체중인 한 사람이었고 공수단특전대 초급장교로서 수류탄을 가슴에 걸고 박정희 의장을 옹위하던 차지철대위의 강한 인상을 많은 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차 경호실장은 무술단련을 한 사람으로 태권도, 검도가 고단자였으며 사석에서는 늘 무도인의 자랑을 멈추질 않았다. 경호실장으로 적임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받은 바가 있다. 이 사람이 본인과는 고향을 같이 하는 선배로서 많은 일화를 알고 있다.

김재규의 모반사건으로 궁정동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를 생각을 해 본다. 자기의 직분이 경호실장이다. 무기가 없을 때는 몸으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경호해야 된다.

김재규가 총을 발사해서 손에 맞았을 때에 허겁지겁 병풍 뒤로, 화장실로 도망 갈 것이 아니라 평소에 무술인임을 자랑하던 그가 몸으로 덮쳐서 김재규를 요절을 냈거나, 아니면 권총을 맞아 본인은 비장하게 돌아가고 박대통령을 몸으로 보호를 하였다면 이 나라 역사는 반전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명을 던져 주군을 모셨던 경호실장의 화신으로 남자 중에 남자로, 직분에 충성했던 충성인으로 영원히 추앙되고, 주군을 모시는 책임자로 보좌지도를 다 한 표본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죽음을 회피하려고 위란을 피하고 주군의 안위를 생각지 않던 비열한 행동이 역사를 그르치고 많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고 죽음 자체도 천박하기 짝이 없는 파락호의 죽음으로 추락하고 말게 된다. 죽어야 할 때를 잘못 택했던 샘플이 된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3등선실의 경우 70% 이상의 승객들이 구제가 됐다. 1등과 2등, 최상위 선실의 승객들은 당시로는 미국, 영국의 최고의 갑부들이고 사회적인 직위를 누리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구명보트에 승선을 할 수가 있고 기회도 주어졌지만 노약자, 여자, 어린이를 태우고 스스로는 그 기회를 포기하고 어두운 바닷물 속으로 스러지고 말았다. 구조된 승객은 여자, 어린이는 거의 대부분 구조되었으며 남자들의 경우 20%에 불과했다. 또 8인조 밴드는 기울어가는 배위에서 ‘내 주를 가까이’ 찬송가를 연주하고, 그 선장도 함께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화신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세월호는 어떠했던가? 엉터리 방송을 하고 아무런 책임도 없이 선원들과 선장은 그 직무를 포기하고 매뉴얼 운운하는데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 제 자식이 그 속에 있었더라도 방치하고 탈출을 했겠는가. 아무런 책임감과 아무런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몰골로 300여명의 어린 학생들을 수장시키고 자기는 도망을 갔다. 이것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책임 있는 인간이라고 볼 수가 있겠는가.

그 비극적인 비난을 당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학생 하나라도 구하고, 선원들은 생명을 걸고 구명정을 펼치도록 하고, 마침 주변에는 어선들도 있고 얼마든지 구호에 참여할 수 있는 선박들이 있었다. 거의 다 살릴 수 있었지 않겠는가.

그리고 본인은 “나는 이 배의 선장이다. 이 배를 떠나서 내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이 배와 더불어 간다.” 이렇게 죽어갔다면 비극 중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한 가닥 직책을 맡은 사람의 책임감이 무엇인가라는 도덕적 지표를 우뚝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A Time To Die 죽어야 할 때를 그리는 것이,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사회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가를 실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을 미루어 내가 죽어야 할 때는 언제일까를 유추해 본다. 죽어간 어린 학생들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