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얼마 전 모 경제신문에서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이 기고한 ‘정직한 면접’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40여 년 전 미국 텍사스 A&M에서 유학하며 박사과정을 마치고 동부의 명문 클라크대학 교수임용 면접에 임했던 과정을 회고한 글인데 한국 출신 햇병아리 박사에게 교수임용 면접시험은 예상보다 훨씬 혹독했고 면접관의 고난도 질문에 도저히 정의하여 말하기가 곤란했던 그는 서슴없이 “죄송합니다. 자신이 없습니다.” 라고 답하고 나왔다고한다. 면접에서 떨어진 줄 알았던 그에게 게 며칠 뒤 대학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다음 학기부터 클라크대학의 전임교수로 임명한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유는 ‘경제학이 숫자와 모델로 현실을 분석하는 정직한 학문’인데 면접 때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에둘러 답하지 않고 겸손하게 “모른다.” 라고 한 답변이 좋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단단하게 마음먹었고 정직과 신뢰가 인생의 큰 밑천이 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기에 새로 취업전선에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산업전반의 경기 침체로 경영 여건이 어렵지만 우리 회사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사무실을 리모델링하고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였다. 채용공고를 내니 100여명이 지원했고 이들 중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몇 명을 선발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적이며 개척정신이 투철한 ‘예(禮), 지(智), 학(學)을 갖춘 인재’이다. 짧은 면접과정을 통해 본인의 스펙이나 이력을 상세히 살피기는 하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사람의 됨됨이나 내면적인 부분은 판단이 쉽지 않다. 면접 시 지원자가 지금껏 이러이러한 일을 해왔고 회사와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많이 노력하겠다고 하여 그 진정성을 확인하고 일단 채용을 결정하면 대부분의 지원자는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만 기대 이하의 반응을 보이는 지원자도 여럿 보아왔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태어나 성장한다. 특별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가능성’은 본인의 노력에 의해 더 잘 할 수 있는 성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사회와 조직의 걸림돌로 변질될 수도 있다 학교를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은 대부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필요 역량만 가지고 사회로 진입한다.

기업은 역량이 불확실한 사회 초년생들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채용하고 조직에서는 이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신의 스펙이 기업이 요구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막연한 자기계발 방법 중의 하나로 토익•토플 같은 어학 점수에 매달린다든지 실제로 본인이 원하는 직무와 관련 없는 공부에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스펙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함께 할 줄 알고, 같이 일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내며, 어제보다 나은 가치를 만들어갈 줄 아는 사람이 기업의 재산이 되는 인재인 것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나는 일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가?’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하는 관점에서 본인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기업은 수치화된 스펙이 높은 사람보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보다 신중한 직업관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싶다. 직장 선택 기준을 급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황금만능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직장을 오로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기보다는 자기계발을 도모하는 인생의 배움터로 인식하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와 동반성장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성취해 가는 것도 젊음의 한 특권이 아닐까 묻고 싶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