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기자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자연재해도 빗겨가는 천혜의 땅 이천이 금번 기록적인 폭우를 만나면서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난 것이다.

지난 22일 새벽부터 거세게 쏟아지던 빗줄기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곳곳에서 침수사고로 인한 재산피해가 속출했고 심지어 사망사고도 3건이나 발생해 이천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웃의 어려움을 위해 내 시간을 반납하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이천시의 인간성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이와 같이 급박하고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소위 말하는 ‘잔치’를 강행한 한 단체가 있어 주변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 단체는 기록적인 폭우로 이천시민 모두가 피해복구에 한창이던 23일 계획했던 ‘출범식 및 정기회의’를 그대로 강행했다. 폭우가 가라앉은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더욱이 이 자리에는 선출직공무원들이 여럿 참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민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아파해줘야 할 선출직공무원이 행사장에 참석해 편안하게 웃으며 위촉장까지 받는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소위 이천시를 주름 잡고 있는 큰 손(?)들이 대거 참여해 있는 이 단체에서 ‘자기들만의 행사’를 즐겼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선출직공무원들까지 참석했던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정이 잡혀있었더라도, 행여 선출직공무원들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더라도 손사래를 치며 수해복구 현장에 가보시라고 만류를 했어야 했다.

이로써 이 단체는 수재민들의 아픔은 처음부터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는 선출직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중요한 행사라고 해도 그들을 믿고 뽑아준 시민들만큼 중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단체의 회원들 역시 소중한 시민, 소중한 한 표였다지만 폭우 피해로 재산상의, 그리고 인명상의 피해를 입은 시민만큼 중요했을까.

그들이 웃고 즐기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때 수재민들의 가슴은 썩어가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시민의 대변인’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대변인의 역할은 높은 곳에서 정치만을 하는 사람이 아닌, 낮은 곳에서 시민과 함께 숨 쉬며 시민의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 더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내년 지방선거의 표심은 ‘누가 더 활동을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시민의 입장에서 공감을 해주느냐’에 따라 갈린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