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미 교감이 창립시부터 후원해준 윤동선 운영위원과 학교 운영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다 그만 둬도 ‘푸른 학교’ 봉사는 지속해야!” 응원하는 남편(박인환, 51)
“전 법제처장 이석연 변호사, 미 백악관 차관보 출신 강연우 박사도 검정고시 출신”
“중·고등 검정고시는 4월과 8월, 1년에 2번”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도전하십시오! 이천 평생푸른학교”

며칠 전 증포동사무소를 나오던 중 눈에 들어오는 현수막이 있었다. “한글 문해반, 검정고시 학생모집, 자원봉사자 모집, 이천 평생 푸른 학교, 연락처 010-4352-6946)” 처음 보는 문구라 궁금해 전화를 했다. 이 학교 교감인 최영미씨(50)를(시민들을 위해 무료개방 되어있는 시민회관 앞) 시온성교회 북 카페(2층)에서 만났다. 필자의 인터뷰 제의에 어리둥절해 하는, 학교시절 모범 여학생의 바른 이미지를 가진 첫인상의 최 씨를 만났다. 그녀는 수식도, 과장도 없이 차분히 푸른 학교에 대해 말을 이었다.

-이천 평생 푸른 학교 탄생 과정은?
▶“2006년 초 양정기숙사 사감님이었던 김윤미 선생님이(김윤미 씨는 전에 남양주 교회에서 야학을 운영했었다.) 이천에도 야학을 열기 위해 당시 지인이었던 윤동선, 이교선, 서경석, 김순식 씨와 상의 후 그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2006년 9월, 11명의 늦깎이 신입생을 받아 지금의 경기영상회의실 자리에서 시작했다.”

-교감선생님이 참여하게 된 동기는?
▶“91년도에 당시 현대전자에 다니는 직장인 남편을 따라 이천에 오게 되었고, 당시 유광식 교육감의 권유, 남편의 권유도 계기가 됐다. 또 내가 배운 지식을 통해 남을 지도하는 것도 선행이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죄송하지만 이 학교를 처음 알았다. 적극적인 홍보가 아쉽다.
▶“정부지원 없이 무보수 자원봉사 교사들로 운영하다 보니 시민들께 알리지 못해 늘 가슴 아프다. 이번 현수막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걸었는데 문의전화들이 많이 온다. 이번에 이천저널에서 학생모집 광고를 실어주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봉사교사들은 어떤 분들이 있으며, 그 동안 혜택을 받은 학생수는?
▶“이상혼 교장, 정해정(한글), 이명희(한글), 이봉식(과학), 김진권(한문, 사회), 한의석(영어. 사회 등), 이완우(영어) 교사님들, 그리고 제가 수학을 지도하고 있다. 그리고 일일이 거론할 수 없지만 많은 교사님들이 봉사를 해주셨다. 현재도 교사를 모집 중이다. 지금까지 127명의 학생이 공부를 했다.”

-어떤 지도과정이 있나?
▶“한글을 못 깨우친 분들을 위한 한글 반, 고입, 대입검정고시 반이 있다.”

-푸른 학교를 졸업 후 어떤 길로 가는가?
▶“다양하다. 방송통신대에 진학하거나 동원대, 일반대 등에 진학하여 법학, 영문학, 중국어, 한자, 사회복지 등을 공부한다.”

-검정고시를 통해서 성공사례가 있는지?
▶“아주 많다. ‘증시 족집게’라 불리고 ‘돈이 되는 저 평가 주를 짚어주마’ 등의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며 ‘하나 대투 증권 부사장’인 김영익씨는 집안의 가난으로 인해 초교 졸업자였으나 중•고 검정고시를 통해 성공한 저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책 판매로 버는 수익 전부를 다시 기부하는 선행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도 고등검정고시 출신이며, 미국 백악관 국가 장애인 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내고 미국 교육계 저명인사 인명사전에도 올라있는 강영우 박사도 15세에 축구를 하다 공에 눈을 맞아 맹인이 된 후 혼자의 힘으로 낮에는 안마술을 익히고 밤에는 검정고시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 미국에서 존경 받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었다.
또한 우리학교를 졸업 후 사회복지사가 된 분들도 계시다.”

-학교 선생님들 모두 명예도, 보수도 없이 고생하는 것 같다. 남편이나 가족들의 반응은? 그리고 바람은?
▶“학생모집, 교사모집, 모두 어렵다. 몇 차례 그만두려 했다. 그만두면 대체 인력이 없어서… 그때마다 남편이 말렸다. 다 그만둬도 푸른 학교는 계속하라고, 이런 곳이 진짜 봉사지! 그렇다고 살림을 소홀히 하면 안 되고…(웃으며)…’라고 하면서…. 바람은 자원봉사 강사님들께 최소한 강사비를 드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 고정된 교실이 하나 있어서 학교가 활성화 되는 것이다.”

▲ 자원봉사 교사들의 회의시간.

“노동을 마치고 발견한 ‘이천 평생 푸른 학교 ‘안내 현수막이 내 인생을 바꿔!”
“지금은 후배들을 지도하는 교사로 변신한 김진권씨”

이천 안흥동에 살고 있는 김진권씨는 2007년도(당시46세) 어느 날 건축공사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검정고시 학생모집” 현수막을 발견했다.
“46세인데, 낮에는 일해야 하니 밤에 배울 수 있느냐?”고 묻자, “당신 같은 분들을 위해 학교를 열었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이 꿈인가 싶었어요. 공부 못한 것이 제 평생의 한이었거든요. 그래서 바로 입학했지요.” 야학이 있는 날이면 고된 노동일 후 저녁도 거른 채 학교로 오곤 했다.
“공부하면서도 참 신기했어요. 나도 대학을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이…”
김 씨는 입학 후 8개월 만에 고입검정고시를, 4개월 후인 8월에 대입검정고시를 패스했다. 그리고 2009년 3월에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다.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본 학우들은 그를 회장으로 뽑았다. 그는 800여 학생을 대표하는 이천 학생회장이 되었다.
“야학을 만난 후 불과 1년 만에 중졸, 고졸을 마치고 대학생이 되어버린 거예요. 푸른 학교는 제 은인입니다.”
김진권 씨는 자신이 받은 혜택이 고마워서 이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한자와 사회를 지도하고 있다.

글·사진 <이계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