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SFCC대학과 현지 도예인들의 초청으로 대형 수반 물레 시연하고 있는 한도현 도공

 

"민속공예분야 세계 4번째, 국내 첫번째 선정!"
취약한 이천 전통도예분야, 범정부적 지원 대책나와야!
3세 때부터 도예 神童 한주성
한도현 父子 물레 시연 유네스코 관계자들 사로잡아!

2010년 5월25일 세계적 서울 코엑스 1층에서 흰 한복차림의 부자가 발로 물레를 차며 손으로는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신기해하며 발걸음을 멈춘 수많은 외국인들이 환호를 보내며 박수를 쳤다. 이천에서 온 도예신동 한주성(15)과 그의 부친 한도현씨 부자였다.

이들이 있던 곳은 전 세계의 ‘문화, 교육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제2회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전세계 193개국에서 온 2000여 문화•교육 장•차관, 유네스코 사무총장, 유네스코 총회의장, 각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문화, 예술, 교육의 가치를 향상, 강화시키기 위한 4일간의 대회였다.

2008년 11월 조병돈 시장의 지시로 7개 분야(문학, 영화, 음악, 민속공예, 디자인, 미디어 아트, 요리) 중 이천의 강점인 민속공예(전통도자)부문 창의도시 지정에 도전하고 있는 이천시는 기발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창의도시 발표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적은 예산으로 유네스코 관계자들의 관심을 확실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필요했지요.” 이천시 이진섭 주무관의 말이다.

이진섭씨는 우리 고유의 도자기술인 발 물레 시연을 주목, 3세부터 ‘스타킹’ 등에 TV에 출연하여 물레실력을 뽐내던 한주연(15)군과, 5형제 도예인으로 알려진 한석봉도예 한도현씨 부자에게 한복차림의 발 물레시연과 성형을 부탁했다.

또한 그는 대형 지구형상의 타원체에 세계 각국의 참석자들이 작은 도판에 자국의 언어로 ‘문화’라는 글씨를 새긴 후 자국의 위치에 부착시켜’문화로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연출하는 이벤트를 창안, 연출하여 많은 흥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19개국 28개 도시만이 창의도시에 선정된 바 있었으며 한국은 선정된 도시가 없었다.

그로부터 2개월쯤 지나 2010년 7월20일 이천은 대한민국 최초로 이집트(아스완), 미국(샌타페이), 일본(가나자와)에 이어 세계에서 민속공예분야 4번째, 한국에서는 첫 번째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다.

“2011년 1월12일 새벽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때 제주도뿐 아니라 전 국민이 기뻐하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이천 선정은 이천뿐 아니라 한국전체의 쾌거입니다.” 인력, 재정 모두 악조건 속에서 탁월한 능력과 끈질긴 노력으로 결실을 일구어낸 이 주무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 진사도자기를 샌타페이 시장,부시장에게 시청과 박물관에 기증하는 한도현 도공

“미국 최고의 예술도시 시장, 고집스레 지켜온 도공의 예술혼과 전통작품에 반했다!”
내 생애에 이런 작품을 보게 해 주셔서 감사! 진사요변은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대작

미국 3대 문화 예술도시(뉴욕, LA, 샌타페이)중 미국 최고의 도시역사(400년)를 자랑하며 인구의 절반이 예술인인 샌타페이 다비드 코스 시장부부는 2011년 겨울 이천의 한석봉도예의 전통가마를 방문한다. 샌타페이 시장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 작은 토담집에 살며 전통가마를 이용, 조상대대로 내려온 기법 그대로 재현한 불굴의 장인정신의 결정체인 고백자, 진사요변 작품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는다. 소나무불로 조성된 작품들을 장작가마에서 꺼낸 후 가마터 옆 비닐하우스에서 벌어진 조촐한 파티를 가장 기뻐한 사람도 샌타페이 시장 일행이었다.

시장은 한도현 작가에게 산타페이에서 전시회를 열어달라고 초청의사를 밝혔다.

2012년 7월19일부터 12월말까지 열린 한도공의 전시회에서, 샌타페이 시 게버트 컨템퍼러리 갤러리의 관장인 제인 이건(Jane E. Egan)은 “내 생애에 이러한 작품을 보게 되어 태어난 것에 무한한 감사와 기쁨을 누린다”며 “특히 진사요변 2점은 샌타페이에서 소화할 수 없을 정도의 대작”이라고 극찬하였다.

또한 하버드대 출신이며 현지 유명 도예가인 하이디 로웬씨는 “솔직히 지금까지 샌타페이 예술가들은 도자분야가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었는데 이번 한도현씨 작품으로 그 모든 편견을 일거에 없앨 수 있어 기뻤다. 한 씨를 영원한 스승으로 모시겠다.”라며 소감을 피력했다.

▲ 우측으로부터 한도현 도공, 통역 이윤화 주무관, 다비드 코스 샌타페이 시장, 레베카 워즈버거 부시장, 이진섭 주무관, 류봉열 비젼 프로젝트 팀장

“아빠! 가난 때문에 도공의 꿈을 접지 마세요!” … 좌절과 가족들의 응원
한국 도공의 혼이 어린 작품에 박수를 보내는 외국인들,
그러나 도공의 혼 버리고 생업작가로 변하는 이천 도예환경,
제주도는 5대 추진전략, 7대 중점과제 선정, 특별법개정 등 정부지원 촉구

명장도 아닌 무명작가의 작품에 세계 최고의 예술도시가 박수와 존경을 보내는 데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30년 동안 고백자와 진사요변을 전통기법으로 연구해온 한 도공의 뒤에는 홀어머니와 군 하사출신의 아내와 세 자녀들의 눈물 어린 희생이 있었다.

치아가 다 망가져도 치료를 못해줬던 아내, 학비가 없어 학업을 중단했던 자녀들…

한 도공은 자신의 작품연구를 중단하고 판매용 도자기를 만들어 팔겠다고 결심하고 가족회의를 열었다. 이때 아이들은 “저는 아빠의 한 우물만 파는 집념과 정신력을 존경해요. 생계걱정은 하지 마세요”라며 응원을 했다. 그에게서 큰 재능, 아니 가능성을 가족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한 도공은 딸이 한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이천의 수많은 전통기법을 지켜가던 많은 작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호구지책의 생계형 공산품 생산공장의 길로 돌아서고 있다. (작품 연구를 위해 소나무 장작을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작품을 소성하는 도공은 극소수이며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유네스코 창의도시선정의 근본 배후에는 그 동안 이천의 도공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옛 조상들의 전통, 민속공예의 맥을 이어온 도공들에 대한 평가와 격려의 의미가 있다.

“이천이 민속공예분야 창의도시 선정은 2011년 제주가 유네스코 자연유산 3관왕에 등재된 것과 버금가는 쾌거이다. 이 선정을 계기로 옛 도자전통을 지켜나가는 일은 도예인들만이 아닌 국가적 사명이 되었다. 정부, 경기도, 이천시는 조례나 지원법을 지정하여 이천의 전통도자기법 개발, 확산, 홍보에 체계적인 지원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익명의 도공은 지적하였다.

한편 201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도는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과 로드맵마련에 착수하여 5대 추진전략과 7대 중점과제를 준비하여 제주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정부지원이 가능하도록 특별조항을 만들어 주도록 정부에 강력 요청한바 있다.

글•사진 <이계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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