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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몫을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 21

이천저널l승인201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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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기흡 이천시민장학회 사무국장
부모들이 아이에 대해 행할 수 있는 도덕 교육의 교훈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부모 :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 : 왜 안 되죠?
부모 : 그것은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아이 : 나쁜 짓? 어떤 것이 나쁜 거죠?
부모 : 금지되어 있는 일을 말한다.
아이 : 금지되어 있는 일을 하면 어째서 나쁜가요?
부모 : 너는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벌을 받게 된다.
아이 : 그럼, 남들이 모르게 하면 되지요.
부모 : 누군가가 네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이 : 숨어서 하겠어요.
부모 : 네게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것이다.
아이 : 거짓말을 하면 되죠.
부모 :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 : 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나요?
부모 : 그것은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

피하기 어려운 순환이라고 본다. 여기서 더 벗어나면 아이는 부모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이것은 참으로 유익한 교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과 악을 아는 것이나 인간은 왜 여러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하는지 등의 문제는 아이들이 이해할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세상에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아니, 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위의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가 정말 착한 아이라고 가정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전에 우리는 거짓말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여기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대화에서 논리가 부족하게 되어 있다.

부모는 나쁜 짓은 금지되어 있고, 금지되어 있는 일을 하면 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벌을 받는 게 문제라면 남들이 모르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남한테 들켜서 벌을 받는 게 문제라면 들키지 않게 숨어서 하고, 누군가 물어보면 벌을 받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부모는 결국 거짓말은 나쁜 짓이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말이 돌고 돌아 거짓말이 나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걸렸다.

아이들은 이쯤 되면 부모가 하는 이야기의 모순점을 알게 된다. 현실에서는 거짓말이 결코 나쁘게만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을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혜와 꾀가 뛰어난 아이들은 이런 점에서 더욱 뛰어나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단다.”
“엄마, 어떻게 사는 게 착하게 사는 거예요.”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이 착하게 사는 거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아이가 부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행하면 화를 내기 시작한다.
아이가 모처럼 엄마가 사준 값비싼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아이는 값비싼 운동화를 버려두고 맨발로 집에 돌아왔다.

“새 신발은 어떻게 하고 온 거야?”
아이는 화가 난 엄마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한다.

“집에 오는데 학교 앞에서 맨발로 쭈그려 앉아있는 불쌍한 거지 아이를 만났어.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운동화를 벗어 주고 왔지.”
“너, 그 운동화가 얼마짜린 줄 알아?”
“엄마, 왜 그래?”
“이것아, 비싼 운동화를 그렇게 쉽게 남한테 줘버리면 어떻게 해?”
“........?”

이럴 때 아이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엄마가 착하게 살려면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라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인데, 엄마는 한 순간 비싼 운동화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아이는 결국 착한 일을 하고서도 엄마한테 혼나는 꼴이 되어 버린 것인데 아이는 이럴 때 심각한 가치관의 혼돈을 일으키게 된다.

다음부터는 가난한 거지를 보고도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이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동적인 아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아이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의지적인 아이로 성장하기보다는 매순간 그저 엄마 눈치나 살펴야 하는 아이로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는 말보다 행동을 먼저 배우게 되어 있다. 엄마가 주라고 하면 어쩌고 저쩌고 상황을 따지고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줘놓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에게 온갖 옳은 말은 다 하면서 정작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자신의 욕심을 먼저 챙기려는 마음 때문에 비싼 신발값은 먼저 따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비싼 신발값을 따지기 전에 먼저 신발부터 벗어주고 돌아오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의 어떤 마음에 장단을 맞춰야 하나? 신발을 벗어주는 것이 옳다고 배우긴 했는데, 그대로 따라 했다고 혼나는 경우가 많아지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프랑스의 사상가 쟝 자크 루소가『에밀』을 통해서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삶을 통해 저절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인 인간은 결코 말로만 가르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한 말이 대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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