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42번째 새 식구가 된 생후 100여일 된 두 아기를 질투한 큰 아이가 신 원장에게 안겨있다.

아이들이 좋아 29세에 고아들과 결혼하고,
가슴으로 낳은 자녀, 눈물로 키우다, 57세 엄마가 되었고,
(출가한 자녀들이 배우자, 손주들을 데리고 찾을 수 있는)
은퇴 후 시골집을 준비, 손주들이 찾을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픈 여인

“신원장님은 내 인생의 유일한 롤 모델”… 최경규 노인종합복지관장
“원장님은 제 인생의 최고 롤모델입니다. 가진 것은 옷 몇 벌, 아이들이 좋아 결혼도 안 하고, 머리 손질 한번 하신 적도 없죠. 자신은 전혀 꾸미지 않지만 아이들은 잘 입히고 먹이고 싶어 하시죠.”
이천 노인종합복지관의 최경규 관장의 말이다. 평소 겸손하고 예의 바르기로 어르신들의 칭찬이 자자한 최 관장의 말이기에 깊은 신뢰가 들었다.
안흥동 성애원에서 5분 거리에 살고 있는 필자는 미안한 마음으로 처음 성애원으로 들어갔다.
취재 아닌 이웃에 사는 이웃사촌의 자격으로 방문을 환영한다는 그녀, 굵은 뿔테안경 사이로 처음 본 손님을 잔잔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녀… 선머슴 같은 소박 털털한 복장, 미용실 근처에도 가지 않은 조금은 희끗희끗한 생머리, 화장 안 한 쌩얼, 세파에 물들지 않은 잔잔한 미소, 상대를 편케 하는 순수한 눈빛… 평생을 아이들과만 살다가 만들어진 그녀의 인상인 듯했다. (사진 찍기와 취재를 힘들어해 사진기와 취재노트를 내려놓고 담소만 나누었다.)

“자네, 아이들이 그렇게 좋으면 들어와 살어!”
“그렇게 성애원과 결혼하고 처녀시절 시간 날 때마다 성애원에 왔지요. 이곳에서 근무하는 대학 후배가 있었죠. 아이들과 놀아주고 친구가 되어줄 때가 행복했어요. 마음도 편했고…내 적성을 찾았던 거죠. 집에 돌아올 때면 그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나만 돌아갈 집이 있고 반겨줄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미안하더군요. 그렇게 자주 찾아오는 저에게 어느 날 전 원장님이 “아예 이곳에 와서 살아요!” 하셨죠.”
그렇게 시골교회 전도사 생활을 하며 어린이들을 지도하던 신 원장은 성애원과 결혼(?)하게 된다.
“아이들과 살면서 세상을 잊었어요. 결혼도, 명에도, 재산도… 그저 행복했지요. 그래서 내 사명은 교회 목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기도하다 받은 야고보서 말씀도 제게 주신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했고요. "
(야고보서 1장27절 ”하나님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란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

“당신은 인물도 없고, 가방 끈도 짧고, 고집만 세니 원장 해!”
근무 15년째쯤 되어서 이사장님께서 저에게 “인물도 없고, 가방 끈도 짧고, 고집만 세니, 당신이 원장에 적임자여”라고 하셔서 “저는 말주변도 없고 대인관계나 로비에도 자질이 부족해 누구 비위 맞출 줄도 모르니 다른 유능한 이를 임명하세요.”라고 사정했지요.
“아이들만 바라보고 아이들만 생각하면 돼!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해, 이사장 명령이야!”라고 하셔서 맡게 되었어요.

“보자기에 이름만 달랑 적힌 메모지 한 장. 41,42번째 새 식구 생후 몇 일만에”
“원장님 왔어요!”
사무실 여직원이 반가운 소식을 전하듯 들뜬 목소리로 원장실로 뛰어와 전하곤 사라졌다.
“잠깐만요!” 원장의 다급한 소리를 뒤로하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여직원. 신원장은 뒤를 쫓아갔다.
“너무 예뻐요!” 두 명의 아기가 보자기에 싸여 여직원들의 가슴에 안겨 눈을 맞추고 있었다.
신원장은 한 명의 아기를 빼앗듯이 안고 한참을 아기와 눈을 맞추었다. 천사의 눈빛을 한 아기는 조용히 자신을 안은 신원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애야 외로워 마라,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 줄게…”
“알았어요. 엄마” 둘은 이렇게 속삭이는 듯 했다.
“이 코 좀 보세요. 눈도 크고…” 미처 태지도 벗겨지지 않은 출생 10여일밖에 되지 않은 아기들은 성애원 엄마들이 싫지 않은 듯, 눈을 맞추며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소아과 원장님께 건강검진 부탁드리고 아기 우유 준비하세요. 아기들 생일이라도 적어 주었더라면…” 원장이 중얼거렸다.
아기들은 생일도 적혀있지 않았다. 보자기 속 친 엄마가 적어준 듯한 “이 00”이라는 이름을 적은 작은 쪽지가 전부.

▲ 상록회 봉사자들과 더하모니트럼펫 연주 동호인들이 공연을 펼치고 북고기 파티 등 식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상록회 회원들과 성애원 아이들의 축구경기가 열렸고 전반전 결과 성애원이 3대1로 앞서고 있다.

■ 인터뷰 - 신경림(57) 이천 성애원 원장

“출가시킨 자녀들이 명절에 손주들과 찾아올 친정집을 만들어 줄 것”

“이곳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취업하여) 월급 받아 동생들 선물을 준비해오는 자녀들을 볼 때, 결혼해서 본가라고 명절에 찾아오는 아들, 딸을 보았을 때, 고맙고 한편 미안했다.”

-고마운 건 좋은데 왜 미안하나?

“남편(아내)과 아기들을 데리고 친정(시댁)에 왔는데 잘 곳도 제대로 제공 못하고 친정엄마로서 사위대접을 잘해 보내야 하는데…”

-앞으로 소망이 있다면?

“이천에 방 몇 개와 텃밭이 있는 집을 구해 결혼한 아이들의 본가 집을 마련해주고 싶다. 내 딸들이 출산하면 와서 산후조리도 하고, 명절에 자식들과 세배를 올 수 있는 곳, 살다가 힘들면 와서 쉬며 충전해 살 힘을 얻어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