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믿음은행 탁옥남관장, 김미선팀장, 김민숙은행장

자살직전 찾아간 가장을 따뜻이 안아준 ‘믿음은행’
우리의 도전 대상은 ‘불신’, 우리의 꿈의 대상은 ‘믿음’
희망의 계란으로 불신의 바위를 깨는 사람들

카드이자 월100만원에 시달리던 두 아이의 엄마 도우며 탄생한 ‘믿음은행’

2009년 초, 안모(여)씨는 여주 자활센터를 찾아왔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병든 남편과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서 폐지수집, 파출부…. 몸부림을 치던 안씨는 어느 날 밀린 월세30만원을 내기 위해 카드론을 이용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 그 이자를 막기 위해 바로 타 카드론을 써야 했고 몇 달되지 않아 카드이자는 월 100만원에 이르렀다. 버는 돈을 모두 갚아도 모자라고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방 빼!’라는 집주인의 독촉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연을 접한 탁 관장과 자활센터팀들은 미봉책인 일시적 도움보다는 ‘가난이 악순환’ 되는 현상에 주목하였고 그 고리를 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안씨는 이번 달 카드이자100만원과 월세3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것을 도와주면 다음 달도 그런 현상이 또 반복되는 경우였습니다. 高利의 근원인 안씨의 카드 빚 원금을 갚아주고 월세를 전세로 바꿔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김미선 팀장, 김민숙 은행장 등 몇몇이 상의해서 1000만원을 빌려주고 자활센터에 근무를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비록 안씨의 월급은 70만여 원에 불과했지만 첫 달부터 30만원씩 갚아나갔다. 4년 여기간이 지난 지금 안씨는 빚을 다 갚고 저축을 하고 있다.

“믿음은행 종자돈 모으기에 동참한 ‘돼지저금통’과 400여 작은 사랑들”

이 소식을 탁 관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지인들은 매월 5천원, 만원씩 종자돈 모으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초등 교1년)는 돼지저금통을 통째 들고 와 출자했습니다. 10만여 원이 들어있었습니다. 3여 년에 걸쳐 1억2천만여 원의 출자금이 모였지요.”

-출자하는 분들에 이자는?
“이자는 없다. 단 원금은 보장해주고 원하면 항시 돌려주고 있다.”

-출자자 관리는.
“통장을 만들어주고 출자금은 농협에 맡겨 관리한다.”

-지금까지 이용한 분들 수와 주 이용사유는?
“420여명이 이용했고 주로 학자금, 사업비, 전세금, 밀린 월세, 긴급 병원비 등이다.

-주 대출 대상자와 회수율은?
“벼랑 끝까지 간, 가난한, 단 열심히 일하고픈 사람들이다. 회수율은 놀랍게도 90% 이상 된다. 가난해서 신용이 없다는 말은 가진 자들이 만들어놓은 失言이다. 가난한 분들이 더 신용이 높다. 다만 그 신용을 지키기엔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을 뿐이다. 빈자들의 은행인 ‘그라민은행’을 보라 지구상 최빈국 방글라데시, 그곳에서도 가장 가난한자들인 시골 여인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었지만 회수율이 98%를 상회한다. 이 비율은 담보만이 신용이라고 믿는 세계 어느 은행의 회수율보다 높은 수치이다.”

-은행을 운영하며 기억나는 일은?
“사업자금을 빌리러 왔던 어느 남성은 은행자금이 일인당 수천 원단위의 출자금으로 조성된 사실을 알고, 그토록 소중한 돈을 내가 빌릴 수 없다며 돌아간 분도 있고, 빚 때문에 자살하려다 ‘믿음은행’이 떠올라 찾아와 새 삶을 찾은 분도 기억난다.”

-앞으로 계획은?
“4년간의 운영결과 희망이 생겼다. 창립과정을 거쳐 대중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이루고 싶다.”

“42명의 가난한 여인들에 대나무 구입비 27달러를 빌려주며 시작한 그라민 은행”

그가 언급한 ‘그라민 은행’을 잠시 들여다보자. 1976년 방글라데시 시골마을, 이 마을에 사는 여인 000씨는 대나무를 구입하여 의자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고 있었다. 그러나 대나무 구입비 27달러가 없어 사채업자에게 27달라를 빌려 대나무를 사서 의자를 만들어 팔아 가족을 부양한다. 개당 2천원의 수익은 사채업자의 이자로 들어가고, 200원의 이익만이 여인의 손에 쥐어져 평생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동네에서 대나무 의자를 만드는 42가정 모두 형편이 모두 똑같았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한 인도 치타공과대의 무하마드 유느스 공과대 경제학 교수(69)는 이 여인들에게 27달러씩 빌려주어 사채를 갚게 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여인들의 자립을 경험한 그는 그 후 ‘빈자들의 은행, 맨발의 은행, 마이크로 크레디트’라고도 불리는 ‘그라민(시골) 은행’을 설립하고 시골에 사는 가난한자들에게 무담보로 240달러씩 소액대출은행을 설립하여 30년간3조3600억 원의 자금을 1700만 명에게 대출을 해주어 60% 이상 자립하게 하여 전 세계를 빈곤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인정받아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탁옥남, 그는 성경 속 초대 교회에서 전 재산을 서로 공유하며 나누는 삶이 지금의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믿고 이의 실현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이상주의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상에 문제점을 제기한다. 그러나 탁 관장은 말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여도, 가난하고 좌절한 분들을 일으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진정 사랑하고 믿어주는 것입니다!”
김민숙 은행장, 그녀는 ‘일진들의 대안학교’인 “민들레 학교” 교장인 남편 김진명씨를 내조하며 탁옥남씨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함께 꿈꾸며 돕는 ‘세상의 소금’이다.

김미선 팀장, 박문신 실장, 이들의 동행으로 믿음은행이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고 탁 관장은 인터뷰 내내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글·사진 <이계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