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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버지를 보고 배운다 - 14

이천저널l승인201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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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기흡 이천시민장학회 사무국장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을 해야만 하는 말이다.

“우리 애가 욕을 잘 하는데 어쩌면 좋죠?”
“어떤 욕을 하는데요?”
“아이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보면 앞차가 끼어들기만 해도 욕을 하고, 자기 성질에 맞지 않으면 그냥 우선 욕부터 하고 그래요.”
“그때마다 아이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욕을 하면 안 된다고 하죠.”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이 엄마가 아이가 욕을 입에 붙이고 산다며 부모교육 시간에 공개 질문을 해 온 경우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이 글을 읽는 아빠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이가 욕을 잘 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바로 대답을 해줄 수는 없는 거 같다. 직접적으로 “평소에 아빠나 엄마가 욕을 심하게 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했다가는 질문한 사람이 얼굴을 붉힐 확률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때는 수강생들을 상대로 다시 공개 질문을 해서 간접적으로 해결책을 유도해 본다.

“어머님들은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보시나요?”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누구나 똑같다. 질문자가 기분 나쁠까 봐 조심스럽게 말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핵심은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욕을 심하게 할 때는 분명히 부모 중에 누군가 같은 행동을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 앞에서 부모가 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아이가 혼자서 욕하는 것을 배울 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단은 거의 맞아 떨어진다.

“맞아요, 아이 아빠가 운전할 때마다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조금 늦기라도 하면 클락션을 눌러대며 욕을 해요.”
“그럴 때 어머니는 옆에서 뭐라고 하시는데요?”
“제발 애 있는 앞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하지요. 하지만 소용이 없어요. 그것 때문에 애 앞에서 싸운 적도 많아요.”

이런 경우 말할 것도 없이 일차적인 책임은 아버지에게 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야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습관화된 아이들은 사회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 생일 때 아이들이 노래방에 가자고 했대요. 그런데 우리 아이만 PC방에 가자고 했다는 거예요. 결국 다수결에 의해서 노래방에 갔는데, 우리 아이는 노래는 하지 않고 딴 짓만 하더라는 거예요. 그것까지는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노래를 하라고 시키는 아이들한테 ‘난 여기 오고 싶지 않았는데 너희들 때문에 온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노래는 시킬 생각도 하지 마’라고 딱 잘라 말하고는 계속 혼자서 딴 짓만 하다가 왔다는 거예요.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많아요. 그런데 아이 아빠는 어렸을 때는 다 그런 거라며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얼마나 속이 상한지….”

그래도 이 엄마는 아이가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아버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아이가 친구들과 쉽게 동화되지 못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서 세상을 배운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면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이는 아버지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의외로 많다. 아버지의 경우는 아이와 만나는 시간이 짧아서 영향이 적을 것 같지만 오히려 짧은 시간이기에 더욱 강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고,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다면 지금 당장 아버지로서의 평소 행동습관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것은 꼭 살펴봐야 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나중에 아이가 왜 안 해줬냐고 할 때 그냥 넘어가는 것은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마음이 표출된 것이기에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아이는 은연중에 세상에 대한 믿음의 불신을 갖게 되고 적대감과 반항심을 품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휴일에 늦잠 자고 일어나서 TV나 보는 행위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휴일에 한낮이 되도록 늦잠을 자거나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휴일만 기다린 아이에게는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무엇이든 제 멋대로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아버지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렸을 때 은연중에 아버지의 부정적인 모습을 각인하게 됐을 때 생긴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한테 배운 사회 부적응적인 행동들을 스스럼없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들로부터 혼이 나거나 훈계를 듣기 시작한다면 반항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식 속에서는 아무 문제없는 행동인데, 선생님이나 부모가 그것을 나쁘다고 하니까 괜히 반감이 생기게 되고, 그 반감은 사회적이나 개인적으로 반항 심리를 표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아의 내면에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보고 배워온 아버지의 삶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문제아를 볼 때 아이에게 먼저 뭐라고 하기 전에 아버지의 습관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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