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월면 대흥리 255-6번지에 위치한 ‘가족치유상담센터’를 찾아가 치유상담사들을 만났다. 오비맥주 정문 건너편 길에서 차로 5분도 안돼 ‘힐링하우스’간판이 보였다. 소박하고 착한 이미지의 이원장이 활짝 핀 미소로 맞아주었다. 상담실은 환하고 밝은데다 마치 신혼 방처럼 아기자기했다. 방 한편에는 보라색 향기와 연기를 내뿜는 가습기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있었다. (오른쪽부터) 이인숙 원장, 허은경, 우혜선, 박인수 상담사.

“왜 미정(중3딸, 가명)이가 이렇게 늦는 거야? xx년아! 빨리 데려와! 계집애가 밤늦게 다니는 게 말이돼, 딸년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학원에서 보충강의가 있다고 했어요. 곧 올 거예요.” 아내가 대답했다.

그러나 남편은 옷을 모두 벗으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남편의 행동에 아내는 질겁했다.

“알았어요. 전화할게요.”

옷을 벗어버리고 속옷만 입은 남편은 주방에 있던 프라이팬, 냄비 등을 베란다 창문으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술만 마시면 무슨 꼬투리라도 트집잡아 시비를 걸며 옷을 벗고,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물건이나 집어서 아파트 아래로 던지는 것이 남편 이씨(55)의 일상이었다.

남편의 이러한 술주정은 이웃이 신고한 후 경찰이 오거나 혼자 지쳐 쓰러질 때야 멈추곤 했다. 아내 김씨(52)는 어린 두 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무려 14년 동안이나 폭력을 참고 지내왔다.

“가정을 포기하려다가 우연히 전화로 만난 구세주 같은 힐링하우스”

그러나 두 딸은 고등학생이 되자 빗나가기 시작했다. 순하던 딸들이 엄마에게까지 대들기 시작했고 반항의 표시로 귀가가 늦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수록 남편의 행패는 정도가 심해졌다. 남편과 자녀 사이에서 갈등하던 김씨는 가족을 다 포기하고 집을 나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 ‘가족치유 상담센터’ 플래카드를 발견했다.

김씨는 (흐느끼며) 자신의 비참한 사연을 전화로 이야기 했다. 놀랍게도 상담사는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주었다.

“제 이야기를 모두 진지하게 들어주는데 놀랐어요. 그래서 신뢰하게 되었죠.”

치유상담센터의 협조로 남편은 금주 전문병원에 입원치료를 시작했고 치료 후 상태가 좋아진 남편은 ‘단주모임’에 가입해 정상인으로 복귀하고 있다.

두 딸도 이 센터의 심리 상담소의 지속적인 치료(가족 놀이치료 등)로 상처가 회복되었다.

“치유상담센터를 만난 후 우리가족의 삶은 파경에서 축복으로 바뀌었어요.”


■인터뷰 이인숙 가족치유상담센터 원장

▲ 이인숙 가족치유상담센터 원장

 

“힘들고 지칠 때, 고민 털어놓을 수 있는 한 명의 친구가 필요하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가정폭력과 심한 우울증 겪었던 이 원장,
남편과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극복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한마디가 자살 막을 수 있어

- 이곳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저희는 누구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원한다면 자신의 고민에 맞는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힐링하우스 입니다.”

- 상담받으려면 어떻게, 비용은?
“전화상담(031-632-1061)은 월요일에서 금요일(오전10시부터 오후3시)까지 가능하고 면접상담은 예약하면 전문가 상담이 가능합니다.
비용은 무료입니다. 상담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사 자격을 가진 선생님들(이규봉, 김혜경, 김수정, 김양재, 전명숙, 권태숙, 박인수, 허은경, 우혜선 상담사들이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이 전화나 면접상담을 하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피 상담자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함을 지닌 분들입니다.

- 치유상담 불모지인 이천에 상담소를 개설한 이유는?
“저 자신도 부친의 술 중독과 폭력을 경험했고, 성장해서는 주변에서 받은 상처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의 사랑과 전문가들의 치료에 힘입어 회복되었지요.”
“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분들의 손을 잡아주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치유와 상담의 대가이신 정태기 박사님과 전문가들에게 7년여 동안 공부하고 2011년3월에 남편 직장 소재지인 이천에 상담소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 원장은 성폭력, 심리상담, 다문화가족상담, 가족폭력상담, 가족상담, 웰다잉 교육지도사, 등 7가지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 우울증도 병인지?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도?
“우울증도 감기와 같은 병이다. 초기에 상담치료와 병원치료로 치유 가능하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진다. 현재 성인의 16%정도가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선진국 중 1위다. 미국, 캐나다, 독일 같은 나라의 3배가 넘는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정말 심각한 사실은 OECD국가들의 최근 자살률은 감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천은 청소년 자살도 많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죽기 전 반드시 주변에 신호를 보낸다. 주변에 고통을 당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한다. 그 말 한마디가 생명을 살린다.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소중한 분입니다.
여기 당신을 귀하게 소중하게 형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와 당신의 고통을 나누십시오. 나누는 순간, 아픔은 반으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조건 없이…당신은 소중한 분입니다.”

글·사진 <이계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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