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찬이 만난사람들

▲ 김진명 교장.

“목회 하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기 싫어 사직했다’는 사람”
“문제청소년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 병든 사회가 있어”
“일진을 뿌리 뽑으려면 부모와 사회가 바로 서야!”
“이천 아이들이 80%, 그러나 관심•후원은 0%”


지난해, 여주 모 중 3학년 김 모 군(전과7범, 15세)과 친구22명은 1-2년생들을 뒷산으로 불러내 돈을 걷어 오라고 61차례나 시켜 260여만 원을 상습 갈취해 왔으며, 가출 여중1년생 2명을 집으로 유인,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고 동영상을 촬영까지 하여 구속되었다.

또한 후배 남학생7명을 불러 공개적으로 자위행위를 시키는 등 그들의 폭력 정도는 조폭들 수준에 달하고 있다.

“딸이 잠꼬대 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허리를 다치거나 몸에 멍이 들어 집에 와 캐물어도 답하지 않아 몰랐다”며 딸의 부모는 분개하였다.

“가해학생들이 사과하여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경찰에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필자가 체험한 문제 청소년도 있었다.
어느 날 저녁 9시경 증포동 어느 아파트 둘레 길을 산책할 때, 별안간 ‘휙’소리가 들리더니 옆으로 검은 봉지가 ‘퍽’하고 떨어졌다. 놀라 봉지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치킨박스와 산 조각 난 소주병들이 들어있었다.

주변에 산책을 하던 주민들도 많이 놀랐다. 위를 바라보니 병을 버린 당사자(?)가 숨는 모습이 보였으나 어두워서 몇 층인지 분간이 할 수 없었다.

맞았으면 중상이었을 행동이라 경찰의 협조 하에 수색에 들어갔다.
한집 문을 열고 탐문을 했다. 한집을 들어가니 아빠와 중학생 정도의 어린 딸이 있었다.

“제 딸은 저와 같이 있었어요. (분리수거 박스들을 보여주며) 우리는 병들을 이렇게 분리수거해요! 절대로 밖으로 버리지 않아요.”라고 하여 나와서 다른 집들을 탐문해 나갔다.

그러나 같은 라인 주민들은 단언을 했다.

“그 여학생이 틀림없어요. 그럴 짓할 사람은 그 아이뿐이죠. 매일 또래들이 모여 술, 담배로 살아요. 그 아빠가 공무원이에요.”
아빠가 현직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다시 그 부녀 집(엄마는 보이지 않았다.)을 방문했다.

00치킨박스에 나타난 전화번호로 문의결과, 치킨이 배달됐던 그 집과도 일치했다.
“네가 그랬니?”라는 필자의 말에 그 소녀는 말을 더듬었다.”안 안 그랬는데…

순간 ‘짝’하고 벼락 치는 소리가 났다.
“이 x년 또 그랬어! 니 아빠가 공무원인데 그런 짓을 해!!”
솥뚜껑 같은 손이 사정없이 어린 소녀의 뺨으로 연달아 올라갔다. 필자는 오히려 말려야 했다.
(그 여학생은 무서운 아빠가 들어오자, 자기 방의 술병이 탄로 날까 두려워 화급히 방 창문을 통해 집어 던졌던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그 소녀는 문제 아빠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으로 그 소녀의 행동을 고칠 수는 없다.
오히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주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딸에게 사과하는 아빠의 자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또 한 사례는, 이천 중학교에 다니던 윤 모 군은 불량친구 3명과 자주 어울리며 중학생들이 등, 하교 때 안흥지 주변에서 학생들을 화장실로 유인해 돈을 상습 갈취했다.

“내가 뒤져서 100원 나올 때마다 한대씩 팬다! 라고 말만하면 학생들은 순순히 돈을 다 내놓고 신고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이들은 점차 재미를 붙여 급기야는 학생들의 등록금까지 빼앗았다.

친구들의 갈취액수가 커지고 상습적인 범죄로 비약하는데 두려움을 느낀 윤군은, 친구들을 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윤군의 배신(?)에 분노한 친구들은, 윤군이 사는 하이츠 빌라로 쳐들어갔다. 윤군이 (부모 없이) 늙은 조부모와 살고 있는 것을 알고, 만만히 본 것이었다.

조부모가 보는 앞에서 윤군을 패고 집안 문들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렸다.

조부모와 윤군은 겁에 질려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신고해봤자 어린 학생들이라 훈계만 받고 바로 나와 더 보복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소식을 우연히 들은 필자는, 그 중 ‘짱’인 김 군 집을 알아내 찾아가 부모님을 기다렸다.
마침 김 군이 아빠와 함께 있었다.(김 군은 택시운전을 하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김 군의 아버지에게 부셔진 집안 사진 등을 보여주며 그간 사정을 설명하자, 아들을 무자비하게 패기 시작하였다.
사정없는 주먹질에 아들은 방바닥에 쭉 뻗어버렸다. 그 위로 아빠의 발길질 세례가 이어졌다.

위의 두 문제 학생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가정 다 엄마가 집에 없었고, 아버지들은 ‘주먹아빠’들이라는 공통점이었다.

여주민들레 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 경찰서의 협조 하에 문제 아이들에게 재활교육을 시켜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는 대안학교‘민간 교육기관’이다. 학교나 사회에서 경미한 사고를 쳤을 때, 이 대안학교 교육을 잘 이수하면 퇴학이나 처벌대신 다시 한 번 학교로 돌아갈 기회를 주는 학교이다.

“머리색이 ‘빨주노초파남보’로 바뀌던 효진이, 유일하게 믿어준 민들레학교 선생님들 기대 져버리지 않을 것”

이 학교를 이끌고 있는 김진명 교장선생님을 찾았다.

-지난해 이 학교를 거쳐 간 학생 수는 얼마나 되나?
1주 과정의 단기교육이수자가 203명, 1년 과정의 장기교육 이수자는 12명이었다.

-어느 지역 아이들이 오나?
“80%가 이천의 중고생들(10여 중, 고교 출신)이고 20%가 여주 아이들이다.”

-교육 프로그램 내용은?
“여주 경찰관(생활안전과)들의 매주강의, 소망 교도소 방문 및 교도관 강의, 정신보건센터의 심리치료, 미술치료, 국, 영수 등 학과 강의, 사회복지시설에 계신 병드신 어른들에 봉사 등 이다.”

-이 교육으로 아이들이 정말 변화된다고 생각하나?
“곤지암에서 왔던 효진(가명, 고2여)이는 머리색을 ‘빨주노초파남보’로 바꾸던 여고생이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라 변화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 아이도 부모가 이혼한 가정이었다. 의지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문을 갔더니 효진 이가 옆에 와서”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민들레학교 선생님들은 저를 믿어준 유일한 분들이에요. 믿어준 선생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게요,”라고 해 나를 울렸다.

-가 글을 읽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일진들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아는 방법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5가지 행동유형들이 있다.
첫째, 아이가 말이 없어지거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지 못한다.
둘째,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려한다.
셋째, 밥을 잘 안 먹고 잠을 잘 못 잔다.
넷째,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
다섯째, 성적이 떨어지고 학교를 잘 안 가려한다.
이런 행동이 감지되면,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자녀는 보복에 대한 우려로 자신이 당하는 상황을 잘 털어놓지 않으려 한다.
그러기에 평소 자녀의 교우관계를 잘 파악하며, 원만한 학교생활이 이루어지는지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녀가 괴롭힘을 당한다면?
“전문상담기관의 상담을 받는 방법이 좋다.
청소년 폭력예방재단:02-585-0098,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02-582-8118, 왕따 닷컴: 1588-9128, 청예단 학교폭력예방교육센타:02-598-1668 등의 상담기관에 삼남을 받거나 민들레학교:031-881-0875로 상담할 수도 있다.

-이천 여주 지역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난적이 있다. 중국의 어느 부모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보고 그냥 지나쳤다 .내 아이만 아님 되지 하고…. 그런데 나중에 그 아이가 자신의 자녀였다는 소식이었다.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지금 ‘폭력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그 아이들은 당신의 자녀들이다.
현재 민들레 학교는 소수의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려면 더 많은 후원, 자원봉사지가 필요하다. 여주에서는 김영자 군 의원께서 미니버스구입모금을 하고 계시고 의원들이 지원조례를 준비 중에 있다. 여주자활센터와 여주기독교연합회의 교실지원, 자원봉사 교사님들 덕분에 힘겹게 운영된다.
대다수 아이들이 이천 지역 아이들인 만큼, 이천 시민들의 지원과 관심을 촉구한다. 대다수의 이천 학생들을 여주 지역에 맡기면서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게 이천 일진교육 현실이다. 일진들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은 학교폭력의 확대 재생산을 불러올 뿐이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퇴학당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고교, 대학 검정고시 야간 반을 개설하려 한다.
퇴학당해 꿈이 사라지면 더 사회를 증오하게 된다. 이들에게 일하며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희망을 갖게 하고 싶다.”
지난해 명절에 다니러 온 그의 아들(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아버님 돈 걱정하지 마시고 하시고 싶으셨던’민들레 학교’열심히 하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라고 김 교장을 위로하고 갔다.
한때는 한 교회의 목사였던 김진명 교장, 그러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한다는 생각에 목사이기를 포기했다는,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 김용기 장로와 20년 동안 농군학교를 운영에 헌신했던 김 교장, 그는 목회자보다 더 귀한, ‘어둠의 바다’에서 헤 메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참 목사’ ‘한줄기 빛을 발하는 등대’라는 확신이 들었다.

▲ 글·사진 <이계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