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이계찬 논설위원>

얼마 전 크리스마스 날, 송정동 동양아파트에서 신둔쪽으로 가는 첫 사거리에서 하루 종일 추위와 싸우며 석화를 파는 노점상, 이원희씨.

기침을 하며 감기 걸린 몸으로 점심 무렵부터 저녁9시까지 장사를 한 돈을 세어본 그는, 인근 제과점으로 급히 서두른다.

“케익(大)2개 주세요.”
케익값 6만원을 지불하고 그는 차를 몰아 백사에 위치한 ‘외국인 노동자의 집’으로 향했다.

“먼 타향에서 얼마나 외롭겠어요. 크리스마스날인데 케익이라도 먹여야죠.!”
이씨가 들어서자 5-60여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들(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이 그를 환히 반긴다. ”싸랑해요. 이집사님!” (이천순복음교회에 다니는 이씨의 호칭이다.)

그에게 와서 안기는 외국인들의 미소가 천진난만한 아기 같아 보였다.

“제가 이래서 안 올 수가 없어요. 저에겐 가족 같은 귀한 사람들이죠”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고 석화판매를 하는 이씨는, 눈만 오면 인근 도로를 빗자루로 쓴다. 인근을 지나는 행인들이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감기에 걸린 이유도 발이 흠뻑 적도록 눈을 치운 후 추위 속에 장사를 한 탓이다.
원래 이씨는 ‘소망인테리어’를 하던 설비, 인테리어 기술자다. (별명이 맥가이버였다,)

그의 외국인 근로자 사랑은 유별나다. 몇 개월 전 필자는 시온성교회 ‘사마리안 봉사대’와 함께 백사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방문한적이 있다. 집 근처 땅을 삽으로 1m 파 내려가 담장 쪽으로 4m가량을 파헤치고, 오수 관에 구멍을 내고 모터로 공기를 집어넣어 막힌 관을 뚫고 있었다. 그가 공기를 불어넣을 때마다 반작용으로 ‘대소변 찌꺼기 튀어나와 그를 덮쳤다. 그는 소위 ‘똥물’을 뒤집어쓴 채로 밤 9시까지 씨름하던 중이었다. (물론 자재비, 인건비는 모두 그의 사비..)

그는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손길이 닿아 수리된 집들은 이천 시내 곳곳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어느 날 그의 옆에 함께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네! 수도가 얼어서 물이 안 나온다고요? 장사 마치고 가볼게요.”밤 10시쯤 장사를 마친 그는 여주 흥천 부모님 집에 가 장비를 다시 싣고 이천 시내 독거노인이 사는 창전동으로 향했다.

“돈 주고 수리하실 형편이 못돼요. 내가 안 가면 이 추위에 돌아가실 텐데 어떡해요.”
새벽에 물건을 구입하러 도매시장에 가야 하는 그가 안쓰러워 ‘다음에 가면 안되냐’고 만류하던 필자에게 되돌아온 답변이었다.

이원희씨, 여주 흥천에서 노부모를 모시고 홀로 사는 그는 ‘효자’다.”
지난 여주 장날엔 ‘두 분이 장에 가서 맛있는 것 사 드시라고 5만원을 드렸다’ 며 뿌듯해하던 그였다.
동시에 이런 봉사를 수십 년째 하고 있는 이웃사랑 ‘천사’이기도 하다..

주변의 지인들은 봉사를 말린다.

“이집사! 당신 석화장사도 한철이야! 봄이 되면 차에 통닭구이 설비라도 사서 설치해야 장사를 계속하지! 그 돈 모을 때까지 만이라도 외국인들에게 돈 쓰지 말고 모아! 제발 좀!”
그 말을 들은 그날도, 그는 퇴근길에 마트에가서 쌀 40kg을 사서 외국인들에게 주고 집으로 갔다.

“아이들 얼굴이 자꾸 떠올라 어쩔 수 없어요. 그래야 내가 행복해 지거든요.”
이씨는 장사를 마치고 새벽 3-4시에 일어나 미사리 굴 도매점으로 간다. 도매주인은 그이 성실성을 알고는 최상품의 굴을 차에 실어준다.”저 사람은 망 굴이나, B급 굴은 안 가져가요. 비싸도 고객들께 더 좋은 굴을 제공해야 한다며…추위에 담요로 보온도 잘하고…그래서 더 좋은 굴을 주지요.”
“망굴은 보온에 부적합해서 취급안해요. 좀더 비싸더라도 스티로폼 박스굴을 가져갑니다. 이것 보세요. 굴이 실하고 탱탱하죠?”(그가 까 보여주는 굴은 정말 탐스럽고 실해 보였다.)

굴 자랑을 하면서 그는 굴이 얼지 않도록 담요를 4겹이나 동여맨다. “얼면 신선도가 떨어져요. 굴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판매를 해야 되요!”

손님이 사가지고 돌아설 때면, 그는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라고 정중히 인사한다.

봄이 되면 그 자리에 농산물, 과일 직거래 장터를 열 계획이다. .(그는 얼마 전 그 자리를 세를 내고 임차하여 불법 노점상이 아니다,)

다문화 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우리나라에 와 살고 있는 모든 외국인들을 위한 쉼과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그들을 섬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