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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은 왜 보내고, 대화는 왜 해야 하는가?

이천저널l승인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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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교 학생을 둔 아빠로서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의 역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곱번째 이야기 입니다.

 
 

목숨이 걸린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청바지 입고 싶어 할 때
깨끗한 정장 입혀 주고
자장면 먹고 싶어 할 때
맛있는 돼지 갈비 사 주고
만화책 사고 싶어 할 때
교양서적 사 주고
한참 재미있게 텔레비전 시청할 때
공부하라고 잔소리 한다면
이것은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식을 해치는 일이다.

   
▲ 문기흡 이천시민장학회 사무국장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아들이 하나뿐인 부모는 이 아이에게 온갖 정성을 다 들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원어민이 있는 영어 학원에서 개최하는 캐나다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어려서부터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부모 생각에 해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까지 두루 여행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학생이다. 그 학생이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전화를 받더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에이, 괜히 사람 귀찮게 굴고 난리야.”

수업 시간에 전화를 받은 것도 문제지만,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무슨 일인가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

“왜, 그러냐?”
“엄마가 오늘 외식한다고 나오라잖아요.”
“지금?”
“아뇨, 수업 끝나고요.”
“그럼, 좋은 거잖아. 부모님하고 외식하는 거 좋지 않니?”
“좋긴 뭐가 좋아요. 다 지들 마음 대론데….”
“너, 말버릇이 그게 뭐냐?”
“그럼, 어떻게 해요? 싫은 걸.”
“부모님하고 외식하는 게 왜 싫은데?”
“내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한테 맡기고, 지네들끼리만 갔거든요. 그때는 가고 싶어 해도 안 데려가더니, 지금은 싫다는 데도 꼭 따라 오라는 거예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그럼, 좋은 거잖아? 부모님은 다 너를 위해서 대화할 자리를 마련하는 거잖아?”
“그게 무슨 대화하는 자리예요, 잔소리 하는 자리지. 전 정말 싫어요, 차라리 안 먹고 말지.”

남부러울 것이 없이 부유한 집에 태어나서, 또래 친구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온갖 좋은 것들을 경험하면서도 이 아이는 불만만 쌓여 갔던 것이다.

“도대체 너는 부모님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니?”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어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부모님께 말씀드려 본 적은 있어?”
“그걸 어떻게 말해요? 분명히 들어 주지도 않을 텐데.....”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가수요.”
“그럼, 네가 먼저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면 되지 않을까?”
“그게 어디 쉽나요? 엄마 아빠가 못하게 하는데.....”
“너, 니가 꿈꾸는 유명한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지는 아는 거니?”
“그건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지 않니?”
“엄마 아빠가 반대를 하는데 어떻게 해요? 괜히 싫다는 학원이나 가라는데.....”
“내가 너네 부모님한테 말씀드려 볼까? 너는 가수가 꿈이니까 너의 장래를 위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는 게 훨씬 낫겠다고.....”
“.......?”
“혹시 아냐? 그럼 부모님께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실지.....”

이때 이 아이의 반응을 보면 금방 이 아이의 심리 상태를 알 수가 있다. 진정으로 가수가 되고 싶고, 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 아이는 이때쯤이면 구원병이나 만난 것처럼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대개 이런 아이일수록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금방 꼬리를 내리는데 경우가 있다. 정말로 진지하게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 드리겠다고 하면 펄쩍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학생일수록 자기 인생과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수가 되겠다는 것도 진정으로 소망해서 꼭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지 공부하기 싫은 이유를 만들기 위해 둘러댄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무조건 학원으로 내몰기만 해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가 공부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족집게 선생님을 찾아 보내더라도 성적 향상을 바랄 수 없다. 또한 어쩌다가 성적 향상을 이룬다 하더라도 부모에 대한 비뚤어진 사고를 바로 잡기 전에는 반드시 그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번쯤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는 것이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학원에라도 보내지 않으면 불안한 부모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수단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칫 학원에 보내서 성적 좀 올려 보려다가 평생 부모를 원망하는 비뚤어진 성품을 갖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한 부모라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목적과, 아이와 대화를 가지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얻으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할 것이다.

혹시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고 학원에 보내면서 원망이나 사고,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고 하면서 잔소리만 늘어놓는 고리타분한 부모의 상을 심어주지는 않는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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