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재 이천시민포럼대표 이천시안보강사

얼마 전 일요일 청명한 오후 나는 언제나처럼 설봉산에 올랐다.
등산하는 시간은 정해진 게 없고 오전·오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매일 산에 오른 지가 벌써 30년이 넘었다.

젊었을 때 잠자리가 까다로워 밤이 되면 어떨 땐 잠을 쉽게 들지 못 하고 뒤척이다 무슨 소리라도 나면 눈이 말똥말똥해져 잠을 이루지 못 할 적이 많았다. 그러나 설봉산을 갔다온 날은 쉽게 잠이 들고 꿈도 없는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는 것을 터득하여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 한 차례씩 시간이 허용하는 대로 설봉산에 오른다.

그래서 평생을 설봉산과 함께 생활의 일과로 지내기 시작했는데, 지난 일요일도 오후 4시경 산에 올라 한 바퀴 돌면서 밤 몇 톨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나막골 약수터에 도착했다.

나막골 약수터는 설봉산 어느 지역보다 으슥한 산골분위기가 느껴져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어느 산사 깊숙한 곳에 앉아있는 듯 고독감을 느끼며 명상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거기엔 약수물이 좋고 기초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 타이어치기 운동을 하고 내려오면 온 몸 운동을 한 것 같은 가벼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 날도 몇 가지 운동으로 기분이 상쾌한 마음으로 내려오려던 순간 40대 중반쯤 보이는 한 부부가 헐레벌떡 나막골 약수터에 숨이 턱까지 찬 모습으로 도착하여 편안히 앉아 쉬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밤 한 톨을 입에 넣어 속 껍질을 열심히 까서 먹어 보니 젊은이들에게도 몇 알 주고 싶은 충동이 생겨 밤 몇 알을 들고 가면서 “밤드실래요?” 하니 그 중 남편 되는 사람은 “됐어요” 하고 한 마디 거절한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부인은 얼른 일어나 내 쪽으로 급히 오면서 “저 주세요” 하길래 밤을 건네주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주운 건데 한 번 맛이나 보세요” 하고 건네줬다. 아마도 그 여자분까지 아무 반응이 없었으면 좀 민망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에 대해선 입감이 ‘보수꼴통’이란 단어가 머리 속에 푹 박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잠시 해봤다.

설봉산이 있어 이천사람들은 복 받은 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계절적 기후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다른 곳에선 물난리가 나고 눈사태가 나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둑이 무너져 방바닥까지 물이 들어차 학교로 대피하는데 이천은 이런 재해피해에 대해 상관없는 듯 살고 있다.

이천시민이라면 누구나 설봉산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데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설봉산자락 밑에 설봉호수라는 연못이 있어 물의 기운을 받아 이천시민들이 편안하고 순탄한 삶을 영유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설봉산이 있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우리를 한 번 뒤돌아보고 설봉호수가 있어 넉넉함을 주는 설봉공원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데 노력하는 이천시민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