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수로 인한 피해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농민 안 씨.

총 피해면적 11ha 피해농가 15농가 피해비닐하우스 160동

집중호우로 호법면 주미리가 발칵 뒤집혔다. 주미배수펌프장 인근 비닐하우스들이 침수돼 상당량의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근 농민들이 이번 침수사건은 인재(人災)라고 주장하고 있다. 담당 직원이 배수펌프장 내의 수문(水門)을 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천시와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 6일 호법면 일대에 225mm가량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이로 인해 호법면 주미리, 송갈리 일대의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침수피해를 입은 농가는 모두 15농가. 부분침수를 포함하여 160동이 침수됐으며, 피해면적으로는 11ha에 해당한다.

주미배수펌프장은 호법면 주미리와 송갈리 등 농지의 침수를 막고자 건립된 것으로, 지난 2010년부터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침수의 주요 원인이었던 ‘수문 개방’의 시간에 대해 공방이 오가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측은 6일 새벽 5시 34분경에 3분가량 개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 농민들은 7시 43분경 장시간 개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침수가 있기 일주일 전 해당지역 작목반에서 우기를 대비해 수초제거작업을 했으며 5일 밤 11시50분경에는 주미배수펌프장이 두 차례에 걸쳐 낙뢰를 맞았고, 6일 새벽 4시경에는 제진기가 고장 나서 펌프스크린에 걸린 수초를 제거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 당시 담당 직원이 배수로에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물을 해결하기 위해 새벽 5시 34분경 자연배수를 유도하는 동시에 수초를 제거하고자 하천을 막고 있던 수문을 열었고, 5시 37분경에 수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수초제거작업으로 인해 떠밀려 간 수초는 일부일 뿐이어서 평소랑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6일 오전 7시 30분경부터 비닐하우스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7시 43분경 주미배수펌프장을 찾았고, 수문이 활짝 열려있어 담당 직원에게 닫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 침수로 인해 작물이 모두 죽어 텅 비어있는 비닐하우스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민들은 “이는 담당 직원의 판단 실수로 발생된 인재(人災)”라고 주장하며 인재에 따른 피해보상과 주미배수펌프장의 시설보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일부러 침수시키려고 했겠나. 그날따라 수초가 유난히 많이 떠밀려왔으며 낙뢰로 제진기가 망가지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수작업으로 일일이 수초를 제거해야 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에 이번 침수로 비닐하우스 27개동의 피해를 입은 농민 강씨는 “이번에 떠내려 온 수초는 평소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일축한 뒤, “(수문 개방 시간에 대해서도)7시 43분경 열려있는 수문을 구경하고 있는 담당 직원을 직접 눈으로 봤는데 5시 34분경이 말이 되느냐”고 역설했다.

29개동의 피해를 입은 농민 안씨는 “물이 불어나고 있는데 자연배수를 하겠다고 수문을 열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로 인해 우리는 1동 당 1,000만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 이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호소했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