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에서 ‘나홀로 살이’

한 농아인이 고독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장호원읍 이황리에 살고 있는 최씨(75, 남)가 허름한 집에서 대화상대도 없이 홀로 앉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글을 배우지 못해 한 평생을 문맹인으로 생활해 왔다. 여기에 수화까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농아인들 사이에서도 소통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결혼을 하여 어여쁜 아내와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었지만, 25년 전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들은 연락두절된 상태이며 딸은 가끔씩 왕래하고는 있지만 정기적인 도움은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기초수급자로 지정되어 50만원가량을 지원받고, 적십자사에서 반찬서비스도 제공받고 있지만 이 역시도 여의치 않다. 농번기가 되면 동네 사람들의 허드렛일을 도와주어 밥 한 끼를 얻어먹으면서 끼니를 떼우는 게 고작이다. 배운 것이 거의 없어 삶을 이어나가는 방법만 겨우 알고 있는 청각장애 할아버지에게는 이 정도가 최선인 것이다.

허리가 굽고 관절염이 심해 앉았다가 일어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최씨이다 보니, 집안의 청소도 힘들다. 때문에 최씨의 집을 방문하면 우선 먼지가 가장 먼저 반긴다고.

또한 집이 마을회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동네 사람들과 소통이 잦을 것 같지만 이 역시도 빛 좋은 개살구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다른 이들이 노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구경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에 이질감을 느낀 최씨는 바깥출입을 삼가고 들리지도 않는 TV만을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휴대전화나 영상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아 타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최씨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는 허탕칠 것을 감수하고 직접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덕분에 최씨를 만나기 위해선 경로당을 돌아보고 마을길을 둘러보고 근처 논밭을 찾아보는 것은 예삿일이다.

낡고 허름한 집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지붕에서 비가 새는 등 제구실을 하지 못해 천막을 이용해 임시로 덮어놓았음은 물론이고, 화장실 문도 제대로 있지 않아 밖에서 훤히 보일 정도. 또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벽은 곳곳이 갈라져 마루에서 켜놓은 TV소리가 밖에까지 훤히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난방시설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의 위기로 인해 제대로 틀지 못한다는 최씨.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는 집이 무서워 하루 빨리 떠나고 싶어도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장호원읍과 마을 사람들은 최씨를 위해 집을 지어줄 요량으로 예산까지 집행했지만, 작년에 무산되고 말았다. 최씨를 위해 마을 이장이 준비한 땅이 다른 사람의 땅과 맞물려 있어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었던 것이다.

최씨는 “수화통역사들이 방문하지 않으면 대화를 거의 할 수 없다. 자연스레 동네에서도 외톨이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또 집을 새로 지어준다기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무산되니 한숨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허름한 집의 외톨이’ 최씨에게 정기적으로 방문해 말벗이 되어주고 수화를 알려주는 참된 봉사자와 허름한 최씨의 집이 조속히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