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달라. 열정에 있어서는 일반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청각장애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서 힘을 얻으며 재능을 살려주고자 불철주야 노력해왔던 그는 어느새 청각장애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었다. 당당히 ‘올해의 감독상’까지 거머쥔 그의 청각장애 축구에 대한 사랑을 들었다.

▲ 김기석 감독

요즘 청각장애인 국가대표팀에 웃음꽃이 만발이다.
지난해 5월 청각장애인 국가대표팀이 ‘제2회 아시아-태평양 농아인 축구 선수권대회’에서 3위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면서 올해 7월 터키에서 개최될 ‘세계 농아인 축구 선수권대회’의 출전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지도감독해왔던 김 코치가 지난 4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이어 좋은 일이 생기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솟는 것은 당연지사. 이들은 5월에 새로이 개최될 아시아대회와 7월 개최될 세계대회에 대비한 3월 합숙훈련에서 만전을 기해 우승까지 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올림픽 우승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순수 봉사로 선수들을 감독하는 것인데 합숙까지 돕는 것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도 종종 있지만 김 코치는 ‘그들의 매력에 푹 빠져있어 도저히 띄엄띄엄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김 코치가 이토록 빠져있는 그들의 매력이 무엇일까.

그는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를 하고 생각을 하면서 지내다 보니 이 생활에 매력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들과의 관계를 통한 ‘소통의 매력’이 정말 좋다고 전한다.

처음 청각장애인 축구를 맡았을 때는 몸 둘 바를 몰랐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제법 수화도 할 줄 알고 선수들과 터놓고 대화도 나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쭈뼛대던 선수들이 면담을 하고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 그는 ‘참 매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청각장애인 축구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경기도대표팀도 맡으면서 작년에는 6년여만에 전국 장애인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청각장애인 유소년팀도 맡아 지도하고 있다.

그런 김 코치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점은 ‘안정적인 활동 기반이 없다는 것’과 ‘사람들의 선입견’이다.

그는 “우리 청각장애인 축구팀은 단지 귀만 들리지 않을 뿐이지, 일반 축구선수들과 똑같다. 오히려 열정은 일반 선수들보다 더 클 것”이라며 “일반인 축구처럼 장애인 축구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게 지도자로서의 의무이자 사명감”이라고 말한다.

김 코치의 바람처럼 하루 빨리 사람들의 선입견이 사라져 장애인 축구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김기석 코치는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ACE유소년축구클럽에서 감독직을 맡고 있다.

▲ 지난해 강화훈련에 들어갔을 당시 청각장애인 국가대표팀.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