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아이들에 작게나마 도움 줄 수 있어 좋아”

이천문화원이 기막힌 계획을 세웠다. 다년간 문화원에서 교육을 받아온 어르신들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 방안으로 문화원은 ‘학교’를 택했다.

9일 호법 매곡초등학교에 웃음소리가 만연했다. 웃음소리에는 어르신들의 ‘껄껄껄’ 하는 소리도, 어린 학생들의 ‘깔깔깔’ 소리도 모두 섞여 있었다. 도자기와 관련된 수업을 받아온 어르신들이 직접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어르신 문화학교’가 열려서다.

이천시의 명장 중 한 명인 지창오 도예가와 김재인 어르신, 유인숙 어르신, 성희경 어르신, 이계옥 어르신이 함께 한 ‘어르신 문화학교’의 성과는 그야말로 대 성공이었다.

도자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잠시 진행된 수업시간에는 졸음이 밀려오는 듯 보였던 학생들이 흙을 손에 만지자마자 활기를 되찾았다.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도자기를 만들어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서다.

어떤 학생은 벌써부터 구상을 마치고 자신의 주먹만큼 흙을 떼어내 바닥에 굴리고 있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아직 구상이 끝나지 않아 흙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조막만한 손으로 한 번에 끝내기는 어림도 없는 일. 다년간의 도자활동으로 ‘숙련된 교생’ 어르신들이 나섰다.

삐뚤빼뚤 굵기가 제멋대로인 아이들의 흙가래를 보노라면 주저 없이 달려들어 도움을 줬다. 마치 학생들을 끌어안는 것과 같은 자세로 조근조근 설명하며 도와주니, 학생들과 친해지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우물쭈물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자 “선생님, 여기서 어떻게 해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모습이 귀여워 모든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너무 많은 학생들이 물어오는 바람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어느덧 한 시간여의 시간이 지나고 도자기들이 제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에 맞춰 돼지 모양부터 얼굴 모양, 스핑크스 모양 등 그 모양과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특히 “항아리도 도자기에요?”라고 묻던 학생은 정말 항아리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어 주변 친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코끼리가 미끄럼틀을 타고 노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컵의 양 옆에 코끼리코와 코끼리꼬리를 만든 뒤 컵 안쪽에는 미끄럼틀을 만들어 순수한 동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덕분에 이날 오랜만에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학생들의 동심과 마주한 어르신들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어르신 문화학교’가 끝난 뒤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학생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한편, 도자기 명장과 함께 진행된 ‘어르신 문화학교’는 훗날 체계를 바꿔 어르신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명장들이 교생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