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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여문 박

이천저널l승인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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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우 경한실업(주) 상무
얼마 전 친구농장에 가서 가을걷이를 거들어주던 중 서리를 맞은 탐스런 박이 있어 하나 얻어가지고 왔다.

나는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서 어릴 적에 약간의 농사일을 거들어준 적은 있지만 농사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쌀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볍씨를 뿌려 모가 자라고, 모를 심고, 가꾸어서 수확해 정류소에 가서 벼를 빻으면 쌀이 된다는 상식적인 선까지만 이해하고 있지, 그 과정에서 비료를 어느 때 주고 어느 때에 김을 매고 수확을 하는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풍부한 경험에서만이 알 수 있는 것인데 나의 욕심으로 농장에서 설익은 박을 따가지고 왔던 것이다.

나는 몇 년 전에 그 농장에서 서리를 맞아 뒹굴고 있는 조롱박을 가지고 와서 삶아서 예쁜 조롱박을 서너 개 만들어 나의 서재에 현재도 걸어 놓고 있다. 조롱박을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왠지 뿌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내가 직접 기른 것은 아니지만 버려지는 박을 내손으로 박을 타서 끓는 물에 삶아서 속을 긁어내고 정성스럽게 음지에서 말려 바가지를 만든 것이 그렇게 대견스럽고 자랑스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집사람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으로 만든 조롱박이라며 알아주지도 않는 자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가지고 온 박은 조롱박이 아니라 진짜 바가지로 쓸 수 있는 커다란 것인데, 박에 대해 무지한 내가 따가지고 와서 삶아 본 결과 너무 일찍 딴 설익은 박은 바가지로서의 기능을 전혀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우리 대한민국이 수천 년의 역사를 내려오면서 시대착오와 외침과 지도자들의 독주와 무능과 파벌과 정쟁 다툼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5천년동안을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좁은 국토가 갈라졌다 뭉치고, 뭉쳤다 갈라지는 아픔은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느 역사 때보다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가 보장되고, 풍족한 생활을 모든 국민이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생활은 5천년의 역사 중에서 불과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을 할 수 없는 생활이다. 솔직히 50여년 전만하더라도 나 같은 필자가 자가용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것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인내하며 부지런히 일한 결과인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지도자들의 그때그때의 지도력과 판단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역사의 판단을 잘못한 것만 들추어내어 정권 쟁취용으로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잘한 것은 더욱 발전시키고, 못한 것은 반성해 고쳐나가 우리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야만 된다.

현재 북한의 김정일은 오로지 김일성의 위대성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까지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이런 소리를 하면 젊은이들은 수구꼴통이란 말로 치부해버리고 있고, 역으로 이들을 부추기며 사탕발림을 하는 기성세대들은 무엇을 얻기 위한 속셈이며, 누구를 도와주려고 하는 수작들인가?
지금 설익은 박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다. 오늘 나는 설익어서 찌그러진 박을 말려서 내 서재 옆에 잘 익어 보기 좋은 조롱박과 나란히 걸어놓고 고훈으로 살고자 한다.


이천저널  icj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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