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고 향만 맡아도 입맛이 다셔지는 햇사레복숭아가 제철을 맞았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장호원에는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복숭아가 총출동했다. 자그마한 이벤트성 게임부터 시작해서 승부욕을 마구마구 발산시키는 전국대회까지 없는 거 빼곤 다 있는 ‘제15회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축제’에서 농민들도 웃었고 관광객들도 웃었다. 그 웃음의 현장, 직접 찾아가봤다.

■ “얼씨구나 좋다! 풍년이로구나”
잔뜩 시름에 젖어있던 농민들이 오랜만에 한껏 웃었다. ‘제15회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축제’에서 때 아닌 풍년을 맛본 농민들의 얼굴에 환한 햇빛이 들어앉았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번 축제는 하늘이 도왔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비가 거세게 몰아쳤던 탓에 질척한 땅 위에서 축제를 꾸려나가야 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화창한 가을하늘과 함께 환하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서 아기자기하게 축제를 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축제일정이 황도복숭아 출하시기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 복숭아의 맛도 한껏 올라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많아 가격 부담이 적어졌던 것도 한 몫 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도 달콤한 복숭아 향에 이끌려, 혹은 생각보다 싼 가격에 이끌려 너나 할 것 없이 주문을 해왔던 것이다. 그 양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갑작스레 밀려드는 주문에 준비해둔 복숭아가 모자라서 서울로 공급될 준비를 갓 마친 복숭아들도 급히 노선을 변경해야 했던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생겼을 정도라고.
‘제15회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축제’의 성공으로 농민들의 마음에 풍년이 들었다.

■ “복숭아의 주인공은 누구? 나야 나!”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축제 둘째날 오후. 무대 앞에 놓인 천막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햇빛 때문에 더워서 그런 거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무대에서 시작하는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혹은 구경하기 위해서다!
복숭아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더 복숭아를 좋아하노라고, 더 복숭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노라고 뽐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먼저 복숭아매니아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복숭아 빨리 먹기 대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다른 사람 이목 신경 쓸 것 없이 무조건 빨리 먹기만 하면 되는 이 대회는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빨리 먹을 자신이 있어서 무대 위로 자신 있게 올라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참여만 하면 복숭아 하나를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이른바 ‘잿밥’에 더 관심이 있어서 올라오는 사람들까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들이 한껏 연출됐다. 이 외에도 축제장에서는 복숭아 박스 빨리 접기 대회, 복숭아 배 제기차기, 복숭아 배 팔씨름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됐다.

■ “어디보자, 누가누가 잘하나”
‘복숭아축제’의 별미,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축제 속의 작은 축제’가 많은 사람들의 성원 속에서 개최됐다.
‘축제 속의 작은 축제’에서는 관광객들의 땀의 결실을 볼 수도 있고, 기쁨의 탄성을 들을 수도 있고, 아쉬움의 탄식을 들을 수도 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축제 마지막 날을 장식하기 위해 장호원으로 모였다. 제6회 햇사레장호원복숭아 마라톤대회와 제4회 햇사레장호원복숭아 배 족구대회가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개최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몇 시간에 걸쳐서 드디어 끝난 마라톤대회와 족구대회. 어찌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던지 지켜보는 이들도 애간장이 녹을 정도였다는데.
하지만 축제의 별미는 따로 있다. 운동으로 땀을 빼고 나서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짜릿함은 그 누구도 형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옥황상제도 놀랄 맛’이라고. 이 순간만큼은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기쁨도 없다. 그저 복숭아의 맛만 있을 뿐.
이렇게 모든 희노애락이 한 데 어우러진 곳,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축제는 내년 이맘때쯤 새로워진 얼굴로 다시 입맛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때를 기다려본다.


인터뷰/ 이종태 경기동부과수농협 조합장

▲ 이종태 경기동부과수농협 조합장

“내년에 더욱 알차게 준비하겠습니다”

“햇사레 농민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제15회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됨에 따라 이종태 경기동부과수농협 조합장의 얼굴이 활짝 폈다.

동해 피해와 잦은 비로 인해 가슴앓이 했던 농민들을 조금이나마 어우를 수 있었기에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그간 축제를 개최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이제 실무운영위원회를 조성해 그들과 함께 공유하고 고민도 해보면서 더욱 알찬 축제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축제장을 다녀갔고 그에 따라 복숭아 판매량도 목표치를 훌쩍 넘어버렸지만, 이 조합장은 벌써부터 내년 축제를 준비하고자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실무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 농민들과 관광객들이 한 데 어울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조합장은 활기찬 축제를 위해 가장 먼저 농업인한마음잔치를 확장해 한 해 경작을 축하하기도 하고 위로하는 잔치를 마련할 작정이다. 또 해마다 전국대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감안해 전국적인 프로그램도 더욱 개발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복숭아축제가 농민들에게는 희망을, 관광객들에게는 행복을 줄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천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