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태준 국민참여당 이천·여주지역위원장

지난 달 21일 지상파 TV 토론프로그램에서 ‘영리병원, 약인가? 독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고, 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설립을 허용하는 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정부와 여당(한나라당)이 합의했다는 기사를 읽고서 저는 많은 걱정이 들었습니다.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설립한 국내법인은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논쟁이 되고 있는 ‘영리병원 논쟁’은 일반 상법상의 회사(주식회사 등 일반기업)가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딸린 부대사업 범위도 확대하며 나아가 방송매체에 의한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것입니다.

영리병원 찬성론자들은 1) 제조업에 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창출효과가 큰 의료서비스를 산업화시켜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고, 2)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의료비도 낮아질 것이며, 3) 의료비 국부유출을 막아야 하므로 일반기업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영리병원 반대론자들은 1) 국민들이 해외에서 지출하는 의료비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며, 2) 영리병원을 도입한다고 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지 않을 것이고, 3) 영리병원으로 인해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는 의료기관의 문턱이 높아질 것이므로 일반회사가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에 관한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2002년에 외국인은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 전용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전용병원을 설립하겠다는 외국인이 나타나지 않자 2004년 말에는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설립한 영리병원에서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졌으며, 나아가 2007년 말에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설립한 국내법인도 경제자유구역 안에서는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민여러분들께서는 영리병원의 도입에 대해 찬성하나요? 아니면 반대하나요?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일반기업이 영리병원을 설립하도록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현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내지 폐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하였으나, 2008년 국민들의 거대한 촛불시위에 직면하였고, 결국 2008년 6월 이명박대통령은 ‘의료보험 민영화 계획이 전혀 없다’는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간신히 국민적 저항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6년 5월 영국의 보건의료학자들에게 의뢰하여 받은 연구보고서(소위 ‘런던팀 보고서’)에 따르면 ‘149개 미국의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분석하여 본바, 88%가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보다 우수하거나 차이가 없고, 영리병원은 제한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확률을 낮추며,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저소득층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장벽이 되고, 부유층 납세자로 하여금 공공의료시스템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반대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한편 2008년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영리법인 도입에 관해 여론조사를 하였던 바, 그 결과는 반대여론이 많았습니다. 그러자 영리병원 찬성론자들은 ‘영리병원’이라는 용어의 어감이 나빠 여론조사에서 졌다고 생각하여 그 후부터는 ‘영리병원’을 ‘투자개방형 병원’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8월 임시국회에서 일반기업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동조한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영리병원 도입과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허용은 의료분야에서 광고시장을 늘리려는 꼼수가 숨어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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