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무조건이야~ 짜짜라 짜라짜짜 짠짠짠”
흥겨운 노래 소리와 신나는 박수 소리. (사)다문화가정협회강의실은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찬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이미 한국인이 되어버린 이들의 삶은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라고.

지난 20일 (사)다문화협회강의실에서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고 하니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이 신이 났다. 9월에 있을 전국평생학습축제에 대비한 소고춤 연습을 마치자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던 것.

이 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통 민요 ‘아리랑’에 맞춰서 소고춤을 추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직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노래를 부르며 박수를 통해 박자를 맞춰보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이토록 한국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며 맛깔나게 트로트와 민요를 구사하고, 또 박장대소하며 수다를 즐기는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인 주부의 모습이다.

하지만 웃고 즐기는 순간에도 전국평생학습축제에서의 공연은 절대 망각하지 않는다. 어느덧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전국평생학습축제. 출신국가의 전통춤과 더불어 한국의 전통춤인 소고춤까지 모두 완벽하게 익히고 연습하려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이들은 국가별로 수시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소고춤. 이들은 이 춤에 ‘다양성과 소통’이라고 이름 붙였다.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춤이기에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까지 5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도 한국인임을 관객들에게 자각시켜주고 싶어서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숨길 수 없는 법. 가정 챙기랴 아이 돌보랴 매번 모임에 참가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다누리공연단 모임은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다. 공연에 대한 열정도 열정이지만, 고향사람들을 만나서 서로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위로도 받으면서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다.

필리핀 출신의 카롤리나씨는 “처음 한국에 오고 6년 동안은 바깥 생활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말도 안 통하고 정서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후 이곳에서 함께 활동을 하면서 위로도 많이 받았고 한국 사회를 배울 수 있게 됐다. 또 고국에 대해 알려줘 그리움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또 이들은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구상 중에 있다. 춤과 노래를 통해 향수를 해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자녀를 두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특성상 동요 공연을 펼치면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다누리공연단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더욱 깊숙이 숨어버리는 여성들도 많기 때문이다.

다누리공연단 김복란 회장은 이를 국가관이 약해서라고 추측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국가관이 약한 나라들의 여성들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의 자존감을 높일 방법을 찾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들은 지구가족놀이축제, 부발평생학습축제, 열린음악회 등 올해 5회의 공연을 펼쳤으며, 앞으로도 공연 요청이 있으면 기꺼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천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