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민 설봉중학교 2학년 7반

■ 제5구간 음성군 감곡 삼거리~율면 산성리(4월23일)
5구간 가는 날짜는 내 생일이었다. 나는 생일날 이렇게 산에 간다는 게 새로웠다. 보통 생일파티 하면 시내로 놀러가거나 가족끼리의 외식 등이었는데, 이번에는 색다르게 경계순례를 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일파티였다.
조금 가다보니 등산화 신발끈이 제대로 묶여있지 않은지 발이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지난번에 이천시산악연맹 송의준 이사님께서 가르쳐주신 올바른 걷기방법과 신발끈 매는 방법이 생각나서 다시 신발끈을 묶고, 걸음걸이도 고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발의 통증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바뀌게 됐다.
눈앞에 보이는 높은 경사를 향해 “나는 할 수 있어” 다짐을 하며 한 걸음, 두 걸음 걸어 나갔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긍정의 힘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긍정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이번에도 좋은 교훈 하나를 얻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 제6구간 율면산성리 돌원마을~설성면 장능리(5월7일 토요일)
6구간은 신나고 새로운 구간이었다. 강을 두 번이나 건넜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물고기들이(가장자리에 물고기들이 거꾸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길) 가는 길을 건넜다. 건너기 전에 겁부터 났다. 어제 비가 와서 물살이 너무 셌기 때문에 정신집중 하지 않으면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천시산악연맹 이종남 이사님께서 미리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이 두 개가 있어 하나를 건넌 뒤 담(?)을 넘어 하나를 또 건너야만 했다. 예상대로 물살이 셀 뿐더러 이끼로 뒤덮여 미끄럽기까지 했다.
두 번째 강은 물이 꽤 깊었다. 허벅지 위까지 올라왔다. 두 번째 강 역시 겁을 먹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이천시산악연맹 사무국장 이우석님께서 한 남학생을 업고 가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져 둘 다 같이 동반입수 하는 아찔한 모습을 봤다. 순간 나는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됐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6구간은 끝이 났다.

■ 제7구간 설성면 장능리입구~모가면 어농리(5월14일 토요일)
7구간은 산행이 조금 느린 것 같았다. 우리 이천시 경계 순례에 소아마비 친구와 폐가 한쪽이 없는 친구가 있다.
7구간 하산 중에 한 언니와 소아마비친구 그리고 나 이렇게 셋만 남게 됐다. 내가 친구에게 “힘들면 조금 쉬었다 갈래?”라고 묻자 “아니 나는 부지런히 가야해”라고 대답했다. 불편한 다리로 쉬면 계속 지체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꾹 참는 친구의 모습이 너무나도 대견스러웠다. 이 친구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나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도와주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여분이 흘렀을까? 길을 잘못 든 건 아닌지 우리가 낙오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러 생각이 들던 찰나 후미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길을 계속 갔다.
낙오가 되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다! 나에겐 낙오란 없다! 무엇이든 하면 되고 도전하면 된다! 한 구간 한 구간마다 이런 소중하고 귀한 체험을 하게 된 경계순례에 감사하고 또한 참 교훈을 얻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 8구간 모가면 어농리 입구~마장면 양촌리(5월21일 토요일)
아침에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져 나중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우리들은 출발했다.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친구가 “어? 이거 산파 아니야?”해서 뽑아보았더니 진짜로 산에서 자란 파가 맞았다. 너무 신기했다. 파는 재배해서 먹는 채소인줄 알았는데 자연에서 난다는 게 새로웠고 역시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앗! 이번엔 들판에 세잎클로버 밭이 있었다. 어찌나 많았던지 네잎클로버도 수두룩했다. 나는 이렇게 많은 네잎클로버는 처음 본다. 나는 6개를 찾았다. 나폴레옹의 행운처럼 혹시라도 행운이 필요한 일이 생기길 바란다면 다시 꼭 오고 싶은 곳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이 오지 않았던 터라 그냥 대수롭지 않게 맞고 갔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비가 점점 더 많이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땀과 비가 섞인 채 우비를 입고 하산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우비를 입고 산을 간다는 것은 평상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해보니 이 또한 재미있었다. 매 구간 매 산행마다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 만들기였다.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고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곳이다.
추억 만들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이천산악연맹 회장님께 부탁드린다. 이천시경계순례 프로그램이 계속 지속됐으면 한다.

■ 9구간 마장면 양촌리~정개산(5월 28일 토요일)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출발하게 됐다. 마지막이라 사람들도 많았고 나 또한 우리 가족을 데리고 갔다.
이번 산은 태화산이다. 태화산은 높고 길었으며 가파른 길이 많았다. 지금까지 했던 구간 중에 두 번째로 힘든 산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나면 뿌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산이다.
처음부터 암벽을 했다. 처음해보는 암벽이라 느낌이 새로웠다. 처음에는 겁부터 먹고 두려웠지만 막상 밧줄을 잡고 올라와 보니 겁먹었던 게 부끄러워질 만큼 쉽게 올라왔다.
숲이 우거진 길을 쭉 따라가다 보니 커다란 흙더미가 보였다. 더덕의 향기가 많이 나는 곳이었다. 때마침 산악연맹 이사님이 더덕을 발견하셨다. 나도 따라서 더덕을 캤는데 더덕이 조그마했다. 산더덕이라 향기가 너무 좋았다. 내가 직접 캔 더덕을 가방에 넣고 다시 길을 걸어갔다.
9구간은 유난히 더워 사람들의 물병을 바닥나게 했다. 나도 물병이 바닥날 때쯤 정개산 입구가 보였고 이천시경계종주를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너무나도 기뻤다. 플랜카드 밑에 내 이름이 걸려있는걸 보니 뿌듯하기도 했다. 완주자에게 주는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받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모두 모여 바비큐 파티를 했다.
처음 출발 40명이 모두 완주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15명만 완주하게 됐다. 이천시 경계4회째는 15명만 완주 했지만 내년 5회 경계순례 때에는 참가자 모두 완주를 했으면 좋겠다. 이 모든 구간을 마치고나니 뿌듯함과 섭섭함이 나를 덮쳤다. 청소년을 위한 산행프로그램이 한 달에 한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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