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환 전) 민주당 여주·이천 지역위원장

2천 5백년 전. 도시국가, 폴리스(Polis) 아테네. 맑고 화창한 봄날, 푸른 하늘 아래 에게 해의 싱그러운 해풍이 코끝을 간질이는 운치 있는 오전. 시장도 서고, 공공 업무도 보는 아고라 광장 끝에서 주민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서성입니다. 왜 그럴까요. 앞에 붉은 색 염료가 뚝뚝 떨어지는 굵은 동아줄이 매져 있습니다.

길을 지나려면 염료가 옷에 묻기 때문에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겁니다. 누가 이런 고약한 짓을 했을까요. 왜 아름다운 봄날 꼬까옷 입고 일터로 아니면 휴식하러 가는 시민들을 괴롭히는 건가요.

아시는 대로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를 말할 때 ‘데모크라시’라고 하지요. 데모(Demo)는 민중, 크라시(Cracy)는 정치를 나타내는 그리스어입니다.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주민, 즉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체제를 가리킵니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국민이 모든 국가의 공무원을 직접 선출하는 것. 둘째, 국민이 국가 정책도 직접 결정하고, 공무원은 단지 이를 집행만 하는 겁니다. 이를 ‘직접 민주주의’라고 하지요. 이와 달리, 공무원만 국민이 선출하고 정책은 선출된 공무원이 결정하는 체제를 ‘간접 민주주의’ 혹은 국민 대신 공무원이 한다고 해서 ‘대의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쉽게 ‘무상급식’, ‘4대강 사업’을 국민 투표로 결정하고 결정된 사항을 선출된 공무원이 집행하는 시스템이 고대 아테네 직접 민주주의고, 국민이 뽑은 공무원이 알아서 하는 것이 현대 대의 민주주의죠.

여기서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8c 영국 공리주의 철학의 제레미 벤덤을 통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가치를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더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더 좋은 정치라면 더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가해야 합니다. 투표율을 높여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국민들이 투표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쓴 방법이 바로 염료 동아줄입니다. 투표소를 거치지 않고, 지나치는 길목에 염료 동아줄을 달아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면 투표하고 가도록 유도한 겁니다.

이 방법을 고안한 이는 B.C 5c 아테네 민주주의를 이끌며 아테네를 지구상에서 가장 부강하고 자유로운 문화국가로 만든 페리클레스입니다.

그는 한술 더 떠 국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돈 벌러 가느라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투표 참석 국민에게 일당을 주는 정책도 마련합니다.

아테네에서 투표는 만 18세 이상 부모가 아테네 출신인 남자만 가능합니다. 약 5만 명가량 됩니다. 이 가운데 의결정족수 6천명이 모여야 민회(Eclesia)가 개회됩니다. 놀랍게도 아테네 민회는 1년 40여 차례 열렸습니다. 평균 9일에 한번. 그러니, 투표일당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죠. 그래도 비민주적으로 새는 예산낭비보다 더 많은 국민이 더 민주적으로 지지한 공무원과 정책을 통해 일당보다 더 큰 예산 절감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바로 이겁니다. 이제 4.27 보궐선거가 코앞에 닥쳤습니다. 민주주의 최대 적은 무관심입니다. 페리클레스는 “공적 사안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을 그저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람”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갈수록 낮아지는 투표율은 현대 ‘간접 대의민주주의’ 최대의 적입니다.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50%도 안 되고, 보궐선거는 20%대에 머무는 현실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의 소리에 귀 닫는 극소수 정치꾼들의 술수정치로 전락되고 맙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A 당이 유리하니 불리하니”라는 말도 안 되는 정략적 발언들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참여입니다. 2천 5백년 전 아테네가 고민했던 것 이상으로 고민해야 진정한 현대 민주정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6조 ‘선거권 행사의 보장’ 3항은 “공무원, 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 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돼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법이 지켜지도록 해야지요. 출퇴근 시간 1시간 조정, 나우콤 같은 회사처럼 2시간 유급휴가 제공 같은 차원을 넘는 국가 차원의 특단조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과거 독재정부시절 3S(Sports, Screen, Sex)로 국민의 관심을 돌려 정치참여를 막았습니다. 이런 엉큼하고도 어리석은 의도가 아니라면 진정 국민 위한 정치할 수 있도록 투표율 높이는 정책에 대한 시민적 합의와 정치적 실천이 절실합니다.

 

 

이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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