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情)을 우리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불에 타 검게 그은 벽을 보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 최에스더 원장의 얼굴에 시름이 한 가득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던 백사면 우곡리 외국인 노동자의 집이 지난 2일 불탔다. 하필이면 화장실과 주방이 타버려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당장 밥 한 끼를 제공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고는 최 원장이 직접 가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평소 기관 운영이 어려워 궂은일도 직접 하던 최 원장이었기 때문에 이 날도 대수롭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가스통 안에 가스가 남아있었던 것. 이로 인한 사고로 최 원장을 돕던 캄보디아 출신 바뽀(남, 36) 씨는 얼굴과 손에 2도 이상의 화장을 입었으며, 최 원장의 얼굴도 크게 그을었다.

바뽀 씨는 이곳에 들어온 지 3일 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었다. 다행히도 바뽀 씨는 이천·여주 경실련의 도움으로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지만 누워 있는 그의 입에서는 ‘나 아파’라는 소리가 가시지 않는다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은 현재 화재로 인해 전기공급이 중단되어 다른 곳에서 어렵사리 전기를 끌어서 쓰고 있다. 또한 밥이라도 먹으려고 하면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해야 하며, 화장실 사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오갈 데 없는 외국인들은 최 원장과 바뽀 씨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이곳을 벗어나면 길거리에서 그나마 잘 곳도 없어 길에서 자야하기 때문이다.

“처음 외국인들이 제게 한 말이 ‘저는 KOREA 알아요. 그런데 한국 몰라요’라는 말이었어요. 그만큼 한국에 대한 상처가 많았던 이들인데…”라며 말끝을 잊지 못하던 최 원장은 이번 화재로 인해 자신이 또 다른 상처를 안겨줬을까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이에 이천·여주 경실련 관계자는 “화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위해 많은 단체와 후원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실련에서 시설보수에 필요한 경비일부를 지원하고 후원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시설보수를 위한 후원계좌 : 농협 233016-51-071595(예금주 경실련 이천·여주)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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