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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스쳐가는 12월 어느날

김선우 이천미술협회장 이천저널l승인20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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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과 작별하고 멀리 떠나신 어머니와 난 기나긴 인연을 가지고 있다.

근 20년을 만성신부전증으로 살아오신 어머니께서는 10년이란 세월을 혈액투석에 의지하며 육체적인 고통과 늘 함께 하셨으니까...

1년 365일. 일주일에 세 번 월요일·수요일·금요일이면 눈이오나 비가오나 명절날이어도 어김없이 아침 7시면 병원에 도착해서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만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신장이식이 뜻대로 되지 않은터라 세상과 이별하는 그 순간까지도 혈액투석은 늘 어머니의 생명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조수단이었기에 늘 이어지는 연속성으로 당연시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에 있는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하는 횟수는 점점 늘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자신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셔서 몸이 힘들어도 내색을 하시지 않고 빨래부터 식사까지 집안일을 어떻게든 당신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평생 잊지 못하는 어머니와의 짧은 대화가 있었다.

한번은 강남성모병원 7층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다. 병간호를 하다가 이천에 내려오려고 어머니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 도착하기 전 4층까지 내려오는 중에 우연하게도 어머니와 단둘이만 있게 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머니께서는 너무나 가슴에 맺히는 말 한마디를 아들에게 건네셨다.

“선우야! 미안해. 이것도 너와 내가 인연인거 같은데...... 고맙다”

“.........”

이후로 어머니와 헤어지는 동안 한마디도 말을 건네지 못했다. 자동차로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동안 차안에서 혼자 큰 소리로 흐느끼며 엉엉 울었다. 이천까지 내려오는 동안 멍한 상태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흐르는 눈물만 닦아 내렸다.

아마도 그렇게 울어보기는 처음였던 것 같다. 어머니가 육체적인 고통을 벗어나 이 세상과 작별할 때도 그렇게 울지는 않았는데...

생각해 보면, 일주일에 3일을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모셔오면서 고백하건대 내색은 안했지만 즐거운 마음만은 결코 아니었다. 어머니의 고통으로 인해 신(神)을 용서하지 못하는 갈등, 사회에 대한 이런 저런 불만을 표출하며 다른 곳으로 탓을 돌리기에 바빴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에 자아적인 반성에서 그렇게도 많은 눈물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어머니를 통한 깨달음(?)을 얻는듯 했다.

어느날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어머니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병을 이기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힘든 육체를 보듬으며 살아가신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욕심내지 말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했던 자신이 어느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잊고 사는게 너무도 많은 듯하다.

어머니의 그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내게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아니면 아마도 자신에게 육체적 고통을 온전히 안겨준 신(神)에 대한 용서와 순종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시간을 보듬고 뒤돌아보면, 이제껏 내 욕심만 채우자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너무 이상만 갖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12월 어느날,

이젠, ‘욕심을 내려놓자’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진정한 마음으로 되새겨 본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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