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값은 치솟는데 쌀값은 떨어져요. 농민이 살수 없는데. 누구하나 정치인들이 해결하겠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70년대 통일벼 농사지을 때는 농민을 우대하고 농민이 그래도 일할 맛 났는데요. 지금은 소득이 주는 것보다 더 억울하고 서러운 게 농민은 필요 없다는 것 아닙니까”. “값싼 외국산 농산물 먹자고 하지만, 그러면 농민들이 갈 자리를 마련해 놓아야지 어떻게 매년 소득이 줄어드는 데 대책이 없단 말입니까”. “쌀값은 떨어지는데, 농토 공시지가만 올려놔 세금만 늘리니 농민은 더 죽겠어요”... 한해 마을 일을 결산하고 동네잔치를 벌이던 농촌마을 화합의 상징, 정겨운 대동회 문화는 사라져 갑니다. 대신, 농촌의 앞날에 희망이 없다는 절망어린 눈빛의 탄식 소리만 소주잔과 막걸리잔에 걸려 메아리처럼 빈 들판에 울려퍼질 뿐입니다.
쩍쩍 갈라져 투박해진 농민들의 손과 얼굴 표정이 눈에 밟힌 채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돌아와 책상머리에서 농촌의 현실을 수치로 따져 봤습니다. 여주이천은 농촌을 기반으로 한 도시죠. 농업이 주된 생산기반입니다. 여주이천 쌀은 대한민국 최고지요. 장호원 복숭아, 율면 포도, 설성면 딸기, 대신면 고구마 땅콩, 금사면 참외... 말대로 진상명품입니다. 그런데, 여주이천의 농업이 어떤가요. 명성에 걸맞는 소득을 올리고 있는가요. 농업을 죽이는 정부 정책이 농민을 5중고(5重苦)로 내몹니다.
첫째, 벼수매가 하락. 이천시 수매가는 2008년 조곡 40㎏당 특등 6만 9천원에서 2009년 특등 6만 2천원, 올해 2010년 특등 5만 5천500원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해 10%씩 떨어진 겁니다. 올라가도 시원찮은 판에 떨어져요. 여주군 벼수매가도 마찬가지. 2008년 6만5천원, 2009년 6만 1천원, 2010년 5만 5천 500원으로 이천과 대동소이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미질을 자랑하는 여주이천이 이러니 나머지 농촌의 쌀농사 현실이 어떻겠습니까. 둘째, 흉작. 올해는 일기가 고르지 못해 지난해 보다 생산량이 20% 가까이 줄었다는 게 농민들 의견입니다.
셋째, 직불금 분할 지급. 그나마 지난해 12월초 한 번에 지급하던 고정직불금이 올해는 65%만 12월 상반기에 나왔습니다. 이천시는 지난해 2009년 12월 9일 57억 전액을 지급했지만, 2010년에는 12월 10일 36억만 풀렸습니다. 나머지 20억 35%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여주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2009년 12월 4일 55억이 일시에 풀렸지만, 올 2010년에는 12월 3일 34억 5천만원만 배정됐습니다. 35% 18억 5천만원 역시 뒤로 밀렸습니다. 4대강 예산 등으로 정부 예산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수매가 떨어지고, 소출 줄고, 직불금 마저 조각나 지급됐습니다. 농촌에 돈이 풀려야 지역 경제 소비가 풀리는데, 그렇지 못하니 지역 경제마저 얼어붙습니다. 여기다 넷째, 비료가격과 농약 같은 농사 원자재 가격이 큰폭으로 뛰고, 농기계 부담은 가중됩니다. 다섯째, 농업용 면세유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농자천하지말석(農者天下之末席). 농사짓는 사람이 사회 맨 끝자리에서 천대받는 세상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의 소리 대신 다가오는 신묘년(辛卯年) 토끼해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짓는 사람이 가장 자부심 가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길 기대해 봅니다. 정부와 국회가 특단의 조치에 나설 것을 주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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