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가 추진 중인 ‘청소년 수련관’ 건립을 놓고, 청소년 없는 청소년 수련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가 기존 시민회관을 리모델링해 ‘청소년 수련관’을 건립하는 가운데, 기존 대공연장은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밝혀 청소년수련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는 민방위 교육, 음식업주 위생교육, 총회 등 단체의 교육 및 행사, 공연이 연중 펼쳐지고 있는데, 이것들을 수련관과 함께 병행한다면 청소년을 위한 독립공간으로서 수련관이 명분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당장 내년 1월부터 8월까지 공사가 진행될 계획이어서 기존 교육 및 행사, 공연을 할 대체 공연장이 마련되지 않아 관련 기관 및 단체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천시와 단체들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올바른 인격형성과 균형 있는 성장을 돕기 위한 다양한 수련활동을 수행하도록 이천시는 청소년수련관을 사업비 35억원(국비80%)을 들여 건립을 추진했다.

그리고 지난 9월 기본 설계(안)에 따르면 시민회관 대공연장 1층과 2층을 분리해 1층에는 동요박물관, 강의실, 영상미디어센터를, 2층에는 300석 규모의 대강당을, 3층은 청소년지원센터, 방과 후 아카데미, 사무실 등으로 구성키로 했다.

하지만 2층 300석 규모의 대강당이 기존 시민회관에서 치러진 각종 행사를 치르기에는 협소하며 대체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2층과 3층을 합친 5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만든다며 설계(안)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만의 공간이어야 할 청소년 수련관이 성인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애매모한 다목적 공간이 될 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심의 중인 여성가족부 역시 대공연장을 두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많을 경우 청소년수련관의 역할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이용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소년 수련관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이에 맞는 공간구성이 진행돼야 한다. 무조건 짓고 보자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청소년수련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짓는 것은 예산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천시 청소년 인구는 4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은 청소년문화의 집, 단 두 곳(창전동 150명, 부발읍 80명) 뿐이다.

양동민 기자 (coa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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