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L국회의원의 높은 콧대가 결국 사고를 쳤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L의원은 한 국제행사장에서 ‘이천오층석탑을 보관해줘서 고맙다’며 일본에 대한 아부성 발언을 한 것도 모자라, 특정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국회의원의 권위를 내세워 우리 지역 단체장들을 막 대했다는 것이다.

지난 주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는 그의 콧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 21일 환수위원들이 가졌던 술자리에서였다. L의원이 갑자기 이상구 상임위원장에게 ‘이상구’, ‘너’라는 호칭을 쓰며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단지 시의장과 시의원이 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향토협의회 김순식 회장이 “의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L의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이상구 나무랐다고 (김 회장이) 나를 나무라더라고”라며 언짢은 심경을 드러냈다.

또한 연합동문회 이주영 차기회장이 “의원님이 표현에서 잘못하셨어요. ‘이상구 원장’이라고 말씀하셔야지, ‘이상구’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에요”라고 말하자, L의원은 “그렇게 들으면 내가 국회의원인 게 잘못이야. 내가 ‘이상구’ 좀 그러면 어떠냐?”라며 역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리고 급기야는 “야, 이 XX야. 기분 나쁘면 나도 안 하면 그만이야, 임마. 법정에서 만나”, “야, 임마, 니가 날 고향의 선배라고 생각하면, 자식아, (내가 아무리 잘못했다고 해도) 앉아서 그렇게 (들이)받을 수 있냐?”라며 폭언을 내뱉었다.

술자리의 특성상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엇나가는 말들이 한 번쯤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도를 넘으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이날 L의원의 모습은 ‘술’에 취한 사람이 아니라 ‘권위의식’에 취한 사람에 불과했다.

L의원은 상대방에게 막말과 폭언을 내뱉으면서도 자신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쓴 소리를 받아들일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L의원의 태도는 마치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실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술자리가 있었던 바로 전날, 제2차 한일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L의원은 자신을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한 후 의견을 피력하다가 돌연 “이천오층석탑을 잘 보관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6·25전쟁에서 유실될 수도 있었던 문화재를 일본이 보관해줬다”는 L의원의 말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순간 환수위원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천오층석탑 환수를 위해 일본까지 갔단 말인가. 일본 측의 표정에서도 어이없음이 묻어나왔다. 그럴 바에는 그냥 계속 일본에서 맡고 있겠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결국 한국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의 발언이 이천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망신시킨 꼴이 됐다는 비난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당하게 문화재 환수를 요구해도 모자랄 판에 일본에 아첨한 꼴이 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L의원의 권위의식은 지역 단체장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도, 술자리에서도 L의원의 막말에 누구 하나 나서서 잘못됐다고 제대로 짚어준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서다.

실제로 심포지엄에서는 이천오층석탑 환수를 위해 3년간 노력해왔던 환수위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L의원의 발언을 지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술자리에서는 김순식 회장과 이주영 회장을 제외하고는 누구 하나 L의원의 잘못을 짚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여론은 지금 “그러고도 한 단체를 이끌어가는 단체장이라고 할 수 있냐”며 분개하고 있다. 만일 차후에 이런 일이 또 생겼을 경우, 단체장들이 저번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면 여론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는 L의원도 마찬가지다. L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고 권위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역민들의 따끔한 충고를 받아들이고 한 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