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화재로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게 된 노부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아직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본지 10월 29일자 1면 보도

화재 후 3주가 지났지만 노부부는 아직도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잿더미 속에서 옷가지와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챙긴다.

본지 기사가 나간 뒤 친구, 이웃, 시청, 적십자 단체에서 약간의 구호물품과 금일봉을 보내왔지만, 이들 노부부가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0일 박모(61)씨가 숙식하는 창전7통 마을회관을 찾았다. 회관 앞 화단에는 불에 그을린 옷가지들이 펼쳐져 있다. 돈이 있으면 세탁이라도 해서 말릴 것인데 그냥 널려 있는 것이 안쓰럽기만 하다. 박 씨가 회관 앞 잿더미가 된 집에서 나온다.

“아직까지 이 모양입니다. 적십자사에서 구호물품, 시청에서 쌀과 밥통, 상품권을 보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데 친구들한테서 변통해서 만든 돈이 아직 보증금으로 쓰기에는 부족한 형편입니다. 아, 두 아들 녀석도 3백만원을 만들어 왔고요.”

박 씨는 어찌됐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보증금을 변통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래저래 만든 돈이 1400만원. 백만원만 더 구하면 관고동에 겨우 보금자리가 마련된다.

박 씨가 이렇게 돈을 마련하는데 병원에 있어야 할 부인이 회관에서 함께 숙식을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부인은 “하도 걱정이 돼서 나왔어요. 한데 불에 탄 집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다리에 힘이 빠져요”라는 말에, 박 씨는 “그러게 왜 나왔어. 왜 나를 더 힘들게 해”라고 타박한다.

박 씨는 “내가 집을 장만할 때까지 당신은 병원에 들어가 있어. 내가 다른 일을 못 하잖아”라고 답답한 마음을 전하자, 끝내 부인은 “그래, 내가 병원에 들어가야지”라며 푸념한다.

이웃주민 A씨는 “그래도 예전에는 마을에 불난 집이 있으면 서로들 도와주고 했는데, 요즘 세상은 하도 각박해져 도움의 손길도 없다”고 힘들게 살아가는 박 씨를 위로한다.

양동민 기자
양동민 기자  coa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