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이천시의회의 2년간 판공비 지출내역이 공개된 것이다.

2년 6개월 간 지속된 재판에서 패소한 이천시의회는 민선4기 중반기의 판공비 지출내역을 공개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공무집행 시 사용하라고 주어지는 판공비를, 즉 시민의 혈세를 함부로 사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각종 모임 회비를 내는 것은 물론이요, 격려금 남용, 코리아2000의 사례와 같이 임기응변으로 출처를 간신히 맞추는 등 지난 2년 동안 시의원들의 씀씀이가 헤퍼도 너무 헤펐다. 하지만 딱 한 군데. 2년 간 복지시설 격려금을 딱 5만원만 지출하는 등 복지시설에 대해서는 판공비 사용 씀씀이가 안타깝게도 너무 알뜰했다.

판공비와 별도로 고액의 연봉이 지급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행동이 2년간 지속돼 왔다는 것은 판공비를 자신들의 식대, 회비 등에 지출하면서 시의원들은 거리낌을 느끼기는커녕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시민의 혈세를 가벼이 여기며 자신들의 체면치레, 돈을 아끼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판공비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일각에서는 “승가원에 5만원이라도 지출한 게 어디냐. 그것마저 없었다면 복지시설에 대한 지출은 하나도 없을 뻔했다”며 시의원들의 안일한 행태를 비판했다.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시를 위해 일하라고 뽑은 시의원들이 시민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공개된 것은 민선4기 시의원들 2006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의 내역뿐. 아직 민선4기 시의원들의 후반기 지출내역과 민선5기 시의원들의 전반기 지출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민선5기 시의원들의 씀씀이는 얼마나 알뜰한지, 또 어디에 알뜰한지 아직 모를 일이다. 얼마 후에 2008년 7월부터 2010년까지의 판공비 지출내역이 공개된다면, 시민들은 이상한 점이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검사할 것이다.

앞으로 시의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언제, 어디에서 우리의 혈세가 함부로 사용되고 있는지’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죄가 있다면 그동안 언론이나 시민들이 방관한 탓이라 하겠다.

이번에 판공비 지출내역을 공개한 것은 민선4기 시의원들을 꾸짖고자 함이 아니다. 민선4기 시의원들에게 잘못을 일깨워주는 한편, 민선5기 시의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민선4기 시의원들이 크게 잘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순 없는 일. 그에 따른 처벌, 혹은 질타를 달게 받고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면 된다. 그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민선5기 시의원들은 다르다. 아직 그들에게 남아있는 임기가 많다. ‘시의원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터지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라도 알차게 사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몸소 실천해야 한다.

이천시민들은 아직 그들을 믿고 있다. 그리고 설사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들이 고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천시민들의 성원으로 뽑힌 시의원이 시민들을 기만해서 되겠는가. 의정비를 동결시켰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그때가 참으로 좋았던 기억으로 남을 듯 싶다. 부디 판공비는 판공비일 뿐 자신의 용돈이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