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부부가 뜻밖의 화재로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그런데 주위에 도움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26일 창전동 하나로마트 뒤 놀이터에서 박모(61)씨는 추위에 떨며 불에 타 뼈대만 남은 집을 애처로이 쳐다보며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다. 하지만 의지할 데 없는 신세에 설움만 복받쳐온다.

박 씨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파지와 빈병을 팔아 겨우겨우 생활해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경화로 몸을 가누지 못하던 부인의 병이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여건상 병원신세도 힘들어 박 씨는 부인을 집으로 데려왔다.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부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고작 집에서 편안히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부인이 집에 온 지 이틀이 지난 17일. 박 씨는 부인을 따뜻한 아랫목에서 몸이라도 지지라며 집 앞 마을회관에 눕히고는, 점심에 따뜻한 찌개라도 함께 먹을까 싶어 일을 나갔다. 그리고 점심시간 무렵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집에 불이 난 것이다.

누전으로 집은 모조리 타버렸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박 씨는 앞날이 깜깜했다. 몇 푼 안 되는 보증금은 이웃집 피해 보상으로 없어졌다. 부평에 사는 두 아들에게 ‘어떻게 하냐’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버지 저희도 힘들어요”라는 대답뿐이었다.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지원은 힘들다고 한다.

박 씨는 17일 화재 이후 집 앞 창전7통 마을회관에서 임시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낮 시간에는 주민들에게 피해는 되지 않을까 밖에서 추위에 떨며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돼서야 마을회관에서 잠을 해결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파지라도 주워야 생계를 꾸려갈 수 있지만 더 이상 기력도 없다. 7년 전 중풍으로 걸음도 불편한데 이젠 그나마 버텨온 정신마저 혼미해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이젠 정부지원금도 다 떨어져 갑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제발 우리 부부를 살려 주십시오.”


이천저널  icjn@paran.co.kr